[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94년 역사를 자랑하는 유서깊은 리글리필드 인수를 위해 일리노이주가 기발한 제안을 했다. 4만 1118 개 좌석 가운데 일부를 팬들에게 나눠 팔아 재원을 조달하겠다며 인수 대금으로 최소 4억 달러를 제시했다. 다시 말해 리글리필드를 콘도 분양하듯 팬들에게 개별적으로 팔겠다는 것이다.
일리노이 체육시설 관리공단 위원장인 제임스 톰슨 전 주지사는 최근 시카고 컵스의 모기업인 트리뷴 사(社)의 샘 젤 회장과 만나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트리뷴은 컵스와 리글리필드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데,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구단과 구장을 매각할 방침을 밝힌 상태다.
공단이 이처럼 기상천외한 제안을 한 것은 주 재정상 막대한 인수자금을 조달하려면 세금을 따로 거둬야 한다는 애로 때문. 주민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한 세금 징수를 피하는 대신 리글리필드를 여러 개인이 공동 소유한 하나의 거대한 '아파트 단지' 형태로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일단 주 채권을 발행해 구장을 사들인 뒤 좌석 분양과 티켓 판매로 손실액을 메운다는 방침이다. 매년 시즌 티켓으로 팔리는 8000개 좌석(전체 좌석의 20%)을 분양할 경우 약 3억 달러의 재원이 마련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젤과 트리뷴, 컵스는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다. 의 보도에 따르면 트리뷴 측은 재원 조달 계획이 비현실적이며 기존에 없었던 방식이라는 점, 그리고 이 같은 방식의 매각이 MLB와 국세청(IRS) 규정을 위반한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트리뷴 측은 컵스와 리글리필드를 묶어 '패키지'로 매각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리글리필드도 중요하지만 컵스의 자산 또한 만만치 않은데 구장만 따로 팔 경우 컵스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인사들의 흥미가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다.
트리뷴 측은 컵스와 리글리필드를 한꺼번에 팔 경우 10억 달러의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 재벌 출신으로 '미디어계의 공룡' 트리뷴을 인수하면서 빚을 130억 달러나 진 젤은 시카고 트리뷴, LA타임스 등 산하 언론사의 구조조정을 적극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 때문에 여러 기자들이 신문사를 떠나 이들 신문은 인력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트리뷴은 이미 뉴욕의 타블로이드 신문 뉴스데이를 6억 5000만 달러에 팔아치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미디어 그룹의 성격에 맞지 않는 컵스를 다른 투자가에게 매각하기 위해 혈안이 돼 있어 빠르면 올해, 늦어도 몇년 안에 컵스와 리글리필드는 새 주인에게 넘어갈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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