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즌 농사를 좌우하는 외국인 선수들이 부진해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구단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미 외국인 투수 쿠비얀을 퇴출시킨 SK 와이번스를 비롯해 좌완 투수 레스가 개인사정으로 보따리를 싼 두산 베어스, 두 외국인 선수(리마, 발데스)의 퇴출을 놓고 목하고민중인 KIA 타이거즈 등이 마땅한 대체용병을 구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SK는 민경삼 운영홍보본부장이 스카우트와 함께 미국까지 직접 다녀왔지만 아직까지 대체 용병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KIA도 스카우트가 미국 현지에 머물고 있으나 마땅한 선수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두산은 일본과 한국무대를 거쳐간 외국인 선수들을 리스트업해서 찾고 있으나 역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2일 LG 트윈스가 우완 투수 브라운을 방출하고 일본무대에서 홈런타자로 명성을 날렸던 페타지니를 영입한 것이 현재까지의 유일한 올 시즌 대체용병이다.
이처럼 대체용병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첫 째는 이적료 등 만만치 않은 비용의 문제이다. 스토브리그 때는 자유계약선수들인 외국인 선수들을 자유롭게 계약할 수 있었으나 현시점은 미국 마이너리그는 물론 멕시칸 리그 등의 소속팀에 묶여 있는 선수들을 데려와야 하므로 이적료가 따라야 한다. 가뜩이나 기존 용병에 적지 않은 몸값을 지불한 구단으로선 또 다시 돈을 들여야 하는 처지이다.
또 다른 이유는 기량이 쓸만한 선수는 한국무대보다는 미국 무대에서 승부를 걸려고 하기 때문이다. 기량이 맘에 들어 영입하려는 선수가 있지만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노리는 시점이기에 선뜻 한국 구단의 제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런 두 가지 이유에서 5월에는 ‘대체 용병’ 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특히 용병 투수는 더욱 구하기가 힘들다는 게 구단 스카우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페타지니를 멕시칸 리그에서 직접 보고 영입을 결정한 염경엽 LG 스카우트 과장은 “투수를 데려온다면 무조건 에이스급이어야 한다. 브라운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투수여야 대체효과가 있지 않겠는가”면서 “하지만 현시점에서 뛰어난 투수를 데려오기는 어렵다.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기량이 좋은 선수는 대부분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노리고 있어 6월말이나 7월까지는 움직일 생각을 안한다”며 외국인 투수 스카우트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때문에 KIA나 SK가 투수 대체 용병을 결정하지 못한 채 답답해하고 있는 것이다. KIA가 기대에 못미친 메이저리그 89승 투수 호세 리마를 퇴출하기 직전이지만 계속 붙잡고 있는 이유이다. 현재로서는 리마보다 나은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행히 리마가 지난 등판서 호투하며 한국무대 적응의 기미를 보인 것에 KIA로서는 만족해야 하는 처지이다.
시즌 준비단계인 스토브리그서 확실한 용병을 구하지 못한 팀은 이래저래 고전할 수밖에 없다. SK나 두산은 워낙 국내 선수들의 전력이 탄탄해 그나마 잘 버티고 있지만 외국인 농사에서 흉작인 KIA와 LG가 시즌 초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에서 잘 알 수 있다. 올 시즌 똘똘한 용병들을 데리고 온 한화, 롯데, 삼성은 행복한 구단들이다.
sun@osen.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