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20년차 송진우, '제20의 전성기'
OSEN 기자
발행 2008.05.14 14: 44

[OSEN=이상학 객원기자] “볼 좋더라. 앞으로도 잘 던져라이.” MBC ESPN 김성한 해설위원이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로 말했다. 한화 최고령 선수 송진우(42)에게 한 말이었다. 송진우는 지난 13일 대전 KIA전에서 6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2승, 개인통산 205승째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는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하나는 3000이닝을 향한 마지막 정거장이 될 2900이닝을 돌파했다는 점 그리고 지난 2006년 9월24일 이후 1년 8개월 만에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했다는 점이다. 올해 선발로 복귀한 송진우는 변함없이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20년차지만 20살 같은 뜨겁고도 강한 의욕이다. 사상 첫 20년차 송진우의 2008년은 성적 자체를 떠나 역사적인 시즌이다. 한국프로스포츠 사상 첫 20년차 선수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어느 스포츠에도 20년차 선수는 없었다. 유독 경쟁이 치열한 프로야구의 세계에서 20년간 한 우물을 파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송진우의 역사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성적마저도 괜찮다. 올 시즌 9경기에 등판, 2승2패 방어율 4.14로 선방하고 있다. 특히 최근 2경기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안정된 피칭을 과시했다. 지난 7일 사직 롯데전에서 6⅓이닝 6피안타 3볼넷 1탈삼진 3실점(비자책점), 13일 대전 KIA전에서 6이닝 3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사실 객관적인 기록 지표에서 송진우는 이 정도 성적을 낼 수 없는 투수다. 이닝당 출루허용률이 1.60이고, 피안타율도 무려 2할9푼이다. 지난해까지 19년 통산 3.41개였던 9이닝당 볼넷도 올 시즌에는 5.01개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진우는 방어율이 4점대로 준수하며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결은 간단하다. 노련미다. 올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이 정확히 1할8푼밖에 되지 않는다. 위기에서 웬만하면 무너지지 않는 투수가 바로 송진우다. 압도적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호락호락 무너지는 투수도 아니다. 20년간 쌓이고 쌓인 경험이 아주 단단하게 축적된 덕분이다. 송진우는 올해 투구패턴에 변화를 줬다. 정면승부보다는 요리조리 피해가지만 허를 찌르는 피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KIA전에서도 송진우는 투구수 96개 중 스트라이크가 50개, 볼이 46개였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비율이 거의 1대1이었다. 송진우는 “공이 느리니깐 무턱대고 정면승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직구 최고 구속이 135km밖에 나오지 않는 송진우로서는 효과적인 볼을 던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송진우는 “공이 느린 만큼 제구와 볼 배합으로 승부해야 한다. 한 가지만으로 승부할 수 없다. 바깥쪽 직구와 몸쪽 슬라이더 그리고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승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송진우는 중요할 때 직접 포수에게 사인을 낸다. 직접 볼 배합에 신경 쓸 수 없는 투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경지에 올라있다. 계속되는 도전 송진우는 도전정신으로 뭉친 선수다. 지난 2006년 8월29일 광주 KIA전에서 프로야구 사상 첫 개인 통산 200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송진우는 이후 3000이닝을 목표로 설정했다. 지난 13일 2900이닝을 돌파하며 2904⅓이닝을 마크하고 있다. 송진우는 베테랑답지 않게 강한 의욕을 내비쳤다. “3000이닝은 200승 못지않은 기록이다. 외견상으로는 200승이 훨씬 화려하지만, 승은 개인의 힘으로만은 되지 않는다. 3000이닝은 오랜 세월을 버텨야 할 수 있는 것이다. 올해 안으로 3000이닝에 도전한다는 생각이었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는 것이 송진우의 말이다. 남은 시즌 95⅔이닝을 더 던져야 가능하지만 송진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실 시즌 초반 송진우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조용했다. 마땅한 대안도 없었지만, 특별한 말을 꺼내지 않았다. 송진우는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않아 눈치가 보이고 보이지 않게 침울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어차피 시즌은 10월까지 하는 것이다. 초반에 잠깐 반짝하는 것보다는 계속 점점 좋아지는 것이 모양새가 좋다”는 것이 송진우의 말이다. 이것이 바로 그의 야구인생이었다. 실제로 송진우는 20대였던 1990년대보다 30대가 된 2000년대를 더 화려하게 보냈다. 투수로는 이례적인 경우다. 강속구 투수에서 기교파 투수로 변신에 성공한 게 가장 큰 힘이지만 의욕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송진우는 누구보다도 승부욕이 강하다. 요즘도 마찬가지다. 그는 “감독님이나 코치님께서 늘 5이닝 정도 던지라고 말씀하시지만 마음속으로는 6이닝 정도 생각하고 있다. 지금 내 나이에 벤치에 부담을 주면 서로가 힘들어진다. 시즌 마지막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는 전통적으로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접이 좋기로 유명한 구단이다. 하지만 선수들 역시 이름값에만 매달리지 않고 조카뻘되는 후배들과 당당히 경쟁했다. 올해 송진우도 선발진에 들어오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세대교체에 대한 필요성이 종종 제기되는 한화지만, 이런 베테랑들이 있는 팀이 예부터 세대교체는 더 잘됐다. 김인식 감독도 “자꾸 세대교체 말이 많은데 그게 어디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나이 많다고 기용하지 말아야한다고 하는데 그 선수들이 노력한 것을 보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며 송진우를 지칭했다. 한화 홍보팀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장백씨는 한화 선수 출신이다. 2000년 계약금 2억 원을 받고 입단한 유망주였다. 당시 상무에서 미리 군문제까지 해결하고 입단했다. 군문제를 미리 해결한 이유가 바로 팀에 베테랑 투수들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 중심에 바로 송진우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김장백씨가 은퇴한 뒤에도 송진우는 변함없이 현역으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그는 “지난번 사직 롯데전에서 수비를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 나이에 그런 수비를 한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다. 참 대단한 선수”라고 말했다. 송진우는 바로 그런 선수다. 사상 첫 20년차 선수인 송진우에게는 모든 것이 역사다. 그에게 20년차 시즌은 ‘제20의 전성기’와 같다. . . . . .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