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부동의 4번 타자’ 김태균(26)의 홈런페이스가 예사롭지 않다. 12홈런으로 이 부문에서 팀 동료 덕 클락과 함께 당당히 공동선두에 랭크돼 있다. 하지만 김태균은 클락보다 10경기나 덜 치렀으며 타석수는 55타석이 모자라다. 김태균의 홈런페이스는 올 시즌 단연 돋보이는 수준이다. 10.7타석당 하나꼴로 홈런포를 생산하고 있다. 오른쪽 옆구리 통증과 왼쪽 새끼손가락 부상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홈런포를 쏘아올리고 있다는 점이 놀랍다. 그만큼 정신과 마음이 단단해졌다. 10경기나 결장했지만 김태균은 당당히 홈런 공동 1위(12개), 타점 공동 2위(33개) 그리고 장타율(0.698)·OPS(1.112)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시즌 홈런페이스 10.7타석당 1개. 데뷔 후 김태균의 가장 빠른 홈런페이스다. 지난 2001년 고졸신인으로 데뷔한 첫 해부터 20홈런을 기록할 때에도 김태균은 14.5타석당 하나꼴로 홈런을 쳤다. 데뷔 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홈런 30개 고지를 넘겼던 지난 2003년에는 18.5타석당 하나꼴로 담장 밖에 타구를 날려보냈다. 지금처럼 부상을 달고 다지니 않고,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정상 컨디션으로 출장했다면 올해 홈런판도는 김태균 일인천하가 될 수 있었다. 그만큼 김태균은 압도적인 홈런페이스를 과시하고 있다. 생애 첫 홈런왕을 노려도 무방한 상황이다.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자랑하는 한화의 홈런왕도 지난 1992년 장종훈이 마지막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화라는 이름으로 홈런왕을 배출해내지는 못했다. 김태균은 유력한 한화 홈런왕 후보다. 올 시즌 김태균은 의식적으로 홈런을 노리지 않는다. 김태균은 “지난해에는 사실 욕심을 많이 부렸다”고 털어놓았다. 올 시즌 김태균의 가장 달라진 부분이 바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태균은 “홈런은 정말 욕심을 부리면 절대 나오지 않는다. 마음을 비워야 홈런이 나온다”고 말한다. 그래서 올 시즌 목표도 낮게 잡았다. 예년에는 40홈런을 목표로 거창하게 세웠지만, 올해는 30홈런을 맥시멈으로 생각하고 있다. “40홈런을 목표로 잡으면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가기 때문에 타격이 일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게 김태균의 말이다. 물론 지난달 27일 두산전에서 작렬시킨 끝내기 홈런처럼 필요할 때에는 노림수를 갖고 타석에 들어가기도 한다. 본인은 손사래치지만 노림수가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태균은 “특별한 홈런 비결은 없다. 안타를 치고 싶은데 홈런이 나오고 있다”며 자신도 홈런페이스가 믿기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태균은 “정말로 최다안타왕이 목표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무래도 밥심인 것 같다. 물론 야식은 요즘 끊었다. 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시가 있었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김태균의 홈런페이스는 얼마나 빠른 것일까. 지난 26년간 홈런왕들은 평균 15.6타석당 하나꼴로 홈런을 쳐냈다. 아시아 한 시즌 최다 홈런을 경신한 2003년 이승엽이 10.6타석당 하나꼴로 가장 폭발적인 홈런페이스를 과시했다. 당시 이승엽은 타석당 홈런수도 대단했지만, 2경기밖에 결장하지 않았다. 그 2경기도 빈볼사태에 따른 출장정지 징계 때문이었다. 김태균으로서는 잃어버린 10경기가 다소 아쉽게 느껴진다. 역대 홈런페이스 김태균은 최근 의미있는 홈런들을 기록했다. 하나는 먼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다. 슬럼프와 부상으로 7홈런에 그치며 2년차 징크스에 시달린 2002년 이후 올해까지 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달성했다. 프로 통산 25번째 기록. 또한, 개인 통산 150홈런까지 세웠다. 역대 23번째 150홈런으로 지난해를 끝으로 은퇴한 김한수(149개)를 제치고 이 부문 역대 23위로 뛰어올랐다. 김태균의 홈런 수치는 이승엽이나 타이론 우즈와 비교할 때 떨어진다. 이승엽은 만 23세8개월29일, 우즈는 504경기째 150홈런을 세웠다. 올해 김태균은 만 25세11개월16일의 나이로 데뷔 852경기만에 150홈런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20대 선수들 중에서 김태균은 단연 독보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김태균은 현역 선수 가운데 통산 홈런이 13위에 해당한다. 김태균보다 더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들은 모두 30대들이다. 그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선수가 KIA 장성호(183개)지만, 김태균보다 5살이 더 많다. 장성호와 김동주(202개)를 제외한 선수들은 모두 35세 이상으로 황혼기에 접어들었다. 결정적으로 30대 미만 선수들 가운데 홈런에서 김태균을 앞지른 선수는 한 명도 없다. 김태균 바로 다음이 이범호(124개)다. 적어도 통산 홈런에서 김태균을 따라올만한 20대 선수는 많지 않다. 홈런뿐만 타율(0.306)·타점(580개)에서도 7년 이상 뛴 20대 선수 중 압도적인 선두. 김태균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군문제도 해결했다. 고졸 8년차로서 김태균이 쌓아올린 실적은 매우 훌륭하다. 지난 몇 년간 정체되지 않았더라면 ‘포스트 이승엽’이라는 말도 결코 과한 칭찬은 아니었다. 물론 야구는 실적이 아니라 실력으로 하는 것이다. 올 시즌 김태균은 실적만큼 실력으로 야구하고 있다. 김태균은 “안 아프고 열심히 하면 기록은 저절로 따라온다”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하지만 야심이 있었다. 양준혁의 기록에 도전할 수 있는 젊은 선수라는 평가에 대해 김태균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기록들을 어떻게 다 깨는가. 아직은 많이 멀었다. 나중에 천천히 깨야하지 않겠나.” 무서운 존재감 올 시즌 김태균은 무려 10경기에 결장했다. 그동안 김태균은 이렇다 할 큰 부상이 없는 선수였다. 2002년 엄지 부상으로 한 달 정도 휴식을 취한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올 시즌 직전 오른쪽 옆구리 통증과 왼쫀 새끼손가락 통증으로 얼굴을 찌푸리는 날이 많아졌다. 승부가 갈린 경기 종반에는 대주자나 대수비로 교체될 정도로 코칭스태프에서도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김태균은 “아프다 안 아프기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아예 푹 쉰다면 언제 낫겠다는 계산이 나을텐데 아픈 것을 안고 경기에 나서다 보니 언제쯤 통증이 다 나을지도 모르겠다”고 답답해 했다. 올 시즌 한화는 김태균이 결장한 10경기에서 2승8패로 2할 승률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반면 김태균이 출장한 31경기에서는 20승11패로 승률 6할4푼5리를 기록했다. 김태균이 4번 자리를 차지한 31경기에서는 평균 5.4득점을 올렸지만 그렇지 않은 경기에서는 평균 3.7점을 기록, 김태균 존재 유무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드러냈다. 한화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김태균이 없으면 아무래도 던지기가 편하다”고 말한다. 클락도 “김태균이라는 좋은 타자가 바로 뒤에 있어 든든하다. 그가 없을 때에는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무거워진다”고 털어놓았다. 김태균이 조심해야 할 것은 오버페이스다. 지난해에도 김태균은 전·후반기가 180도 달랐다. 전반기에는 타율 3할1푼1리·17홈런·64타점으로 특급타자다운 면모를 발휘했으나 후반기에는 타율 2할5푼·4홈런·21타점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2006년에는 그 반대로 전반기에 죽을 쑤다 후반기에 만회했다. 김태균에게는 페이스 조절이 가장 큰 관건이다. 김태균은 “올해는 페이스 조절을 잘 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장종훈 타격코치는 “(김)태균이와 (이)대호를 라이벌로 부추겨 달라. 서로 건전하게 경쟁하면 모두 다 발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