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재기에 성공한 박찬호(35.LA 다저스)가 지난 2000년 기록한 개인 최다승 기록인 18승도 다시 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17일(한국시간) 캘리포니아 지역 신문 는 박찬호의 '변신'이 달라진 릴리스포인트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박찬호의 말을 소개했다. 신문은 지난해 마이너리그에서 오랜 기간 머문 박찬호가 투구폼 비디오를 보며 연구를 거듭한 점을 변화의 요인이라고 소개했다. 승패 및 성적에 신경쓰지 않고 투구폼 수정을 여러차례 반복한 것이 요즘 호투의 비결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겨울 USC 투수코치인 톰 하우스의 지도를 받은 것도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다. 박찬호는 사실 2006년 시즌이 끝난 뒤 투구폼을 변경하기 위해 나섰다. 지난해 1월 USC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직구의 종속을 살리기 위해 왼 다리의 스트라이드를 넓히고 있다. 바뀐 투구폼에 적응이 끝나면 더욱 묵직한 패스트볼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릴리스 포인트를 최대한 늦게 가져가면 타자가 느끼는 체감속도가 더욱 불어날 것이라는 의도였다. 그러나 박찬호의 '첫 시도'는 결과가 그리 좋지 못했다. 시범경기 부진과 이어진 개막전 마이너리그 강등, 그리고 5월 뉴욕 메츠의 부름을 받고 나선 첫 선발 등판서의 난조로 결국 시즌 끝까지 마이너리그에 머물러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결과적으로 '약'이 됐다. 박찬호는 좌절하지 않고 위기를 기회로 이용했다. 끝없는 연구와 연습으로 의도했던 투구폼을 자기것으로 완벽하게 만들 수 있게 됐다. 실제 요즘 박찬호의 투구를 지켜보면 직구는 물론 올 시즌 주무기로 삼고 있는 슬라이더의 위력이 한층 배가된 점을 알 수 있다. 92∼95마일을 형성하는 직구는 방망이에 걸리더라도 평범한 플라이나 땅볼에 그칠 만큼 공끝이 살아 있다. 그가 구사하는 두 가지 슬라이더 중 하나인 고속 슬라이더는 유리한 카운트에서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투구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공끝이 살아 있는 직구에 날카롭게 휘는 슬라이더를 앞세워 박찬호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통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올 시즌 박찬호는 직구 구사 비율이 58.1%로 높아졌는데, 이는 최근 2년에 비해 가장 높은 수치다. 직구의 평균 구속 또한 91.6마일까지 치솟았다. 직구를 보완해주는 변화구로는 역시 슬라이더 구사 비율이 높았는데, 전체 투구의 24%를 슬라이더로 승부했다. 특히 슬라이더의 구속은 평균 84.4마일에 달했다. 적어도 슬라이더 만큼은 전성기의 위력을 재현하고 있는 셈. 커브와 체인지업은 합쳐 18% 만 던졌다. 중간계투로서 다양한 구질 보다는 확실한 주무기 2개로 승부해온 것이다. 이 같은 결과 박찬호의 신분은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오갈데 없는 초청선수 신분에서 명문 다저스의 선발투수로 스프링캠프 시작 후 불과 3개월 만에 '영전'했다. 18일 오전 5시 LA 에인절스전은 또 한 번의 '테스트'라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경기다. 1년 만에 메이저리그 선발 마운드에 서는 박찬호가 어떤 투구를 펼칠지에 따라 향후 보직을 전망할 수 있다. 최대 90개까지 던질 박찬호가 5이닝 정도를 무난하게 소화한다면 조 토리 감독은 다시 5선발이 다시 필요할 때 그를 고려할 것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원치 않는 '풀타임 롱맨'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요즘 박찬호의 공은 그가 다저스에 몸담고 18승을 올린 2000년 만큼 빠르지 않지만 바뀐 투구폼으로 인해 상대 타자들은 박찬호를 상대할 때 대처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고 했다. 그러나 박찬호는 "지금도 그때처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I still feel I can do it)"고 말해 기회만 꾸준히 주어지면 전성기의 모습을 재현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workhors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