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유망주들로 웃음을 짓던 두산 베어스가 2년차 우완 이원재(20)의 활약에 또다시 미소를 지었다. 이원재는 16일 잠실 삼성 라이온즈전서 프로 데뷔 후 선발등판해 5⅓이닝 4피안타(사사구 4개, 탈삼진 4개) 4실점하며 프로 첫 패전을 기록했다. 그러나 제구 난조를 보인 1회와 6회를 제외하면 나쁘지 않은 투구 내용을 보여 주었다. 이원재는 경기 후 "초반에 제구가 안되서 흔들렸는데 윤석환 투수코치께서 '안타를 내줘도 좋으니 직구 위주로 자신 있게 던지라'고 주문하셨고 이것이 주효했던 것 같다"라며 첫 선발등판 경기를 자평했다. 이원재는 이날 최고 152km의 직구를 선보이는 등 2회부터 5회까지 단 한 개의 안타를 내주는 묵직한 공을 보여주었다. 입단 동기 임태훈(20)과 이용찬(19)에 가려진 경향이 있었으나 2007 2차지명 1순위로 입단한 이원재 또한 중앙고 시절 에이스로 활약하며 경기고 김강률(20. 두산)과 함께 '2006년 서울지역 고교 4대 우완'으로 꼽혔던 투수다. 높은 릴리스포인트가 매력적이었으나 고교 시절 키가 갑자기 크는 바람에 상,하체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제구가 불안정했고 체력에도 약점이 있다는 점이 단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16일 경기서 보여준 이원재의 투구는 당시의 평가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체 근력을 키우면서 투구 밸런스가 점점 맞아 들어간 동시에 볼끝도 묵직해졌다. 릴리스포인트도 높아 커브의 낙폭도 다른 투수에 비해 큰 편이었다. 6회 3타점 주자일소 2루타로 결승타를 친 삼성 진갑용도 "이원재의 볼끝이 묵직해 타자들의 배트가 밀리는 감이 있었다. 방망이를 짧게 잡고 휘두른 것이 결승타가 되었다"라며 승리 소감을 밝혔다. 이원재의 직구는 프로 11년 차 베테랑도 허투루 볼 수 없는 공이었다. 김경문 두산 감독은 16일 경기 전 "이원재는 미래의 선발감으로 지목하고 장기적으로 키우는 투수 중 한 명이다. 난조를 겪어 1패를 떠안는다고 해도 이는 선수가 더 성장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라며 당장 활약을 해주기보다 앞으로의 성장에 무게를 두었다. 그리고 이원재는 5회까지 예상치 못한 호투를 펼치며 감독의 기대에 120% 이상 보답했다. 프로 데뷔 첫 승을 올리는 데는 실패한 이원재. 그러나 이원재의 눈은 발끝이 아닌 지평선을 향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깜짝 활약'을 보여준 이원재에 두산 팬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chu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