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상, 김원형·박명환처럼 성장통 겪나
OSEN 기자
발행 2008.05.17 12: 19

[OSEN=이상학 객원기자] 힘겨운 프로 적응기다. 한화 3년차 중고신인 우완 유원상(22)이 성장통을 겪고 있다. 유원상은 지난 16일 문학 SK전에서 3⅔이닝 7피안타 3볼넷 2탈삼진 5실점으로 조기강판되며 3패째를 당했다. 올 시즌 9경기에 모두 선발등판한 유원상은 2승3패 방어율 6.39 WHIP 2.06 피안타율 3할2푼4리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22명 중 방어율 21위이고, 유일한 WHIP 2점대로 이 부문에서도 최하위다. 볼넷도 35개로 가장 많다. 지난해 외국인선수 세드릭 바워스처럼 볼넷이 많지만, 그렇다고 세드릭처럼 많은 이닝을 먹어주는 것도 아니다. 유원상의 올 시즌 선발등판시 평균 투구이닝은 채 5이닝도 되지 않는 4.85이닝이다. 천안북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05년 계약금 5억5000만 원을 받으며 입단한 유원상은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계약금 5억5000만 원은 한화 구단 사상 최고액이었다. 그러나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로 데뷔 첫해에는 2군에서만 머물렀고 2년차 시즌에도 막판에야 얼굴을 내밀었다. 포스트시즌에서 인상적인 피칭으로 올 시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 유원상은 당당히 제3선발로 시즌을 출발했지만 시련을 겪고 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싹수가 보이는 선수도 밀어준다. 유원상도 마찬가지”라며 믿음을 보내고 있다. 유원상의 이 같은 성장통은 과거 김 감독이 지도한 김원형(SK)·박명환(LG)을 연상시키고 있다. 김원형과 박명환은 각각 쌍방울·OB 시절 고졸신인으로 데뷔했으나 힘겨운 적응기를 거쳐야 했다. 전주고를 졸업하고 1991년 쌍방울에서 데뷔한 김원형은 4월26일 전주 태평양전 첫 승 이후 무려 9연패를 당했다. 5월2일 잠실 LG전부터 8월6일 잠실 LG전까지 9연패. 김 감독은 “그 때 김원형이가 울고 불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더니 선동렬한테 완봉승하고 컸다. 체구는 작았지만 가능성이 있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김원형은 8월14일 광주 해태전에서 선동렬을 상대로 9이닝 10탈삼진 완봉승으로 따냈고 이후 100승 투수로 성장했다. 박명환은 유원상과 더욱 닮았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1996년 OB에 데뷔한 박명환은 데뷔 첫 해부터 선발진에 진입했다. 초반에 승승장구하던 박명환은 그러나 여름을 기점으로 고비를 맞았다. 7월5일 잠실 현대전부터 9월3일 대전 한화전까지 역시 9연패를 당했다. 하지만 김인식 감독은 꿈쩍도 하지 않고 박명환을 줄곧 선발로 밀어붙였다. 물론 당시 OB는 최하위였고 박명환이 적어도 당시에는 많은 투구이닝을 소화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됐지만, 그래도 과감한 시도가 아닐 수 없었다. 김 감독은 당시 박명환과 현재 유원상이 제구력 부재라는 점에서 닮았다는 판단. 김 감독은 “언제가 클 선수들은 될 때까지 계속 밀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현재 유원상은 김원형이나 박명환처럼 연패를 당하더라도 투구이닝을 많이 소화하거나 젊은 피로서 패기만만하게 정면승부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터벌이 지나치게 길고, 퀵모션도 느려 상대로부터 가장 많은 도루(12개)를 허용하고 있다. 김 감독도 16일 경기 이후 “선발투수가 5회가 되기도 전에 5점씩이나 내준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유원상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유원상도 “2군보다는 1군에서 마음가짐이 다를 수밖에 없다. 마음도 편하지만 그만큼 긴장도 된다”고 말했다. 언젠가 클 선수는 2군보다 1군에서 맞으며 더 큰다. 김인식 감독의 유원상에 대한 믿음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주목된다. 올해 한화는 김원형·박명환이 성장할 당시 쌍방울·OB와 달리 상위권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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