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저타율과 최다타점. 색다른 2008년이다. 주니치 이병규(34)가 일본 진출 2년차를 맞아 대단히 특이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42경기 모두 주전으로 선발출장한 이병규는 170타수 44안타, 타율 2할5푼9리·8홈런·30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은 센트럴리그에서 규정타석을 채운 32명 가운데 22위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홈런랭킹에서 공동 7위에 올라있으며 타점 부문에서 팀 내 1위는 물론이고 리그 전체에서도 당당히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 이병규는 폭발적인 안타로 타율이 높지만 대신 홈런과 타점이 많지 않은 선수였다. 한국에서 10시즌 통산 타율이 3할1푼2리에 달하는 이병규는 최다안타 타이틀을 무려 4차례나 차지했다. 역대 프로야구 최다안타왕 최다 수상자가 바로 이병규다. 그러나 홈런이나 타점은 그리 많지 않았다. 사상 최고의 타고투저 시즌이었던 1999년 30홈런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홈런을 20개 이상 친 적이 없었다. 타점은 2000년 6위, 2005년 7위에 오른 것이 최고. 하지만 올해 이병규는 국내에서와 확 달라진 스타일로 어필하고 있다. 일단 타율이 많이 낮아졌다. 폭발적인 안타 생산력도 떨어졌다. 이병규 특유의 안타제조기 스타일은 상당 부분 사라졌다. 그러나 오히려 홈런 한 방과 결정적인 타점으로 만회하고 있다. 지난해 132경기에서 9홈런에 그쳤던 이병규는 올해 벌써 8홈런을 때렸다. 산술적으로는 홈런 27.4개가 가능하다. 지난해보다 3배 이상으로 많은 홈런을 쌓을 수 있는 페이스다. 국내에서도 이 정도로 빠른 홈런 페이스를 보인 건 1999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5월 이후에만 홈런 5개를 터뜨리고 있는 이병규는 평균 홈런 비거리도 124.4m에 달한다. 특히 7·8호 홈런은 모두 비거리 130m가 되는 대형 홈런이었다. 허리가 빠지는 특유의 타격폼으로도 힘을 제대로 실어보내고 있다. 우월 3개, 중월 2개, 좌월 3개로 홈런의 분포도도 다양하다. 직구 4개, 체인지업 1개, 슬라이더 1개, 포크볼 1개, 커터 1개 등으로 홈런 구질도 가리지 않고 있으며 우완에게 5개, 좌완에게 3개를 때려내고 있다. 지난해 가을 포스트시즌·코나미컵에서 장타자의 가능성을 보인 이병규는 올 스프링캠프 때부터 장타를 노리는 스윙으로 바꾼 것이 주효하고 있는 모습이다. 오치아이 히로미쓰 감독의 믿음도 여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찬스에 강하다는 것도 이병규의 매력이다. 올 시즌 득점권에서 42타수 13안타·1홈런·20타점을 기록 중이다. 득점권 타율이 3할1푼이다. 득점권에서는 5볼넷·10삼진으로 시즌(11볼넷·41삼진)보다 더 집중력을 발휘했다. 지난 4일 한신전에서 초특급 마무리 후지카와 규지에게 데뷔 첫 충격적인 끝내기 홈런을 선사할 정도로 남다른 ‘킬러’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타율을 비롯해 출루율(0.308)·장타율(0.429) 등 비율기록을 고려할 때 이병규의 타점은 더욱 놀라운 수준이다. 그만큼 찬스에서 남다른 힘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달 초에만 하더라도 이병규는 심각한 타격 슬럼프로 타순이 하락, 2군행에 대한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슬럼프를 극복한 후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최근 5경기에서 19타수 8안타로 타율 4할2푼1리·3홈런·9타점. 이병규는 “몸이 자연스럽게 반응하고 있다. 감각이 좋은 증거”라고 자신했다. 최근 모리노 마사히코가 왼쪽 장딴지근육통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이병규는 주니치에서 유일한 좌타자로 희소성도 갖고 있다. 이병규는 “타순에 충실할 뿐이다. (1~2번 타자) 아라키 마사히로, 이바타 히로카즈를 홈으로 불러들이는데 충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야쿠르전에서 보기 드물게 다이빙 캐치를 하다 왼쪽 어깨를 다친 이병규는 “괜찮다. 시합 출장에는 문제가 없다”며 투지를 불태우고 있다. 일본 야구 2년차를 맞아 색다른 시즌을 보내고 있지만 뒤늦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 이병규. 이제야 봄날이 찾아온 모습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