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블록버스터도 자기 입맛에 따라 고르는 게 한국 관객들의 취향이다. 고향인 미국에서 어떤 흥행 성적을 기록했는 지 큰 관계가 없다. 이같은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한 두 영화가 바로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 '호튼'과 수퍼히어로 블록버스터 '아이언맨'이다. '아이언맨'과 '호튼'은 올해 미국 영화 수익에서 나란히 1, 2위를 달리고 있다. 2일 개봉한 '아이언맨'이 2억 달러, 지난 3월 14일 개봉한 '호튼'은 1억51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아이언맨' 개봉 전까지는 '호튼'이 단연 1위. 그러나 국내 개봉에서는 희비가 크게 엇갈리는 중이다. 미국과 달리 지난달 30일 앞서 막을 올린 '아이언맨'은 가볍게 3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올해 블록버스터 공습의 첫 포문을 활짝 열었다. 반면 1일 '어린이 날' 수요를 노리고 개봉한 '호튼'은 15일까지 고작 60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영화 관계자들은 1차 원인으로 '아이언맨'이 불법 다운로드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세계 동시개봉을 시도했지만 '호튼'은 미국 개봉보다 두달여 늦게 한국 상영에 들어간 사실을 들고 있다. 그러나 '호튼'의 경우 가족 단위 관객을 겨냥한 애니메이션이고 일부러 5월 가정의 달 특수를 겨냥했다는 점에서 흥행 부진의 이유를 모두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그 보다는 '호튼'의 원작자인 닥터 수스(필명)가 서구에서 큰 인기를 얻은 데 비해 한국내 지명도와 친숙감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04년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독일계 가정에서 태어난 닥터 수스는 '호튼' 시리즈와 '그린치는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훔쳤나' '모자 속의 고양이' 등 숱한 베스트셀러로 미국 어린이들의 동심을 사로잡은 작가다. 그러나 영어권 어린이에게 필요한 영 단어로 운율을 맞춘 아름답고 깔끔한 문체, 독창적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칭송을 받은 닥터 수스의 작품들을 한국 어린이들이 그대로 흡수하기에는 무리다. '너무 작아 정글 속 동물들 눈에 띄지않는 '누군가 마을' 사람들에게 닥친 대재앙을 너무나 인간적인 거대 코끼리 호튼이 구한다는 교훈적 우화도 '슈렉' 등 명쾌하고 호흡 빠른 스토리의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 열광하는 국내 기호와 어긋났다는 지적이다. mcgwire@osen.co.kr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