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2008 프로야구가 페넌트레이스 전체 일정의 32.7%를 소화한 가운데 팀 순위만큼 개인기록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1등이라고 다 같은 1등은 아니다. 불명예스러운 1등도 있기 마련이다. 투·타 12개 부문에서 불명예 기록을 살펴본다. 투수 - 피홈런 : 두산 김명제가 피홈런 8개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김명제인 것을 감안할 때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지는 대목이다. 피홈런 8개 중 잠실구장에서 맞은 것은 2개밖에 되지 않는다. 목동(2개)·문학(2개)·대전(1개)·대구(1개)에서 홈런공장장이 되어버렸다. 김명제에게는 잠실구장이 최고로 적합한 구장이다. - 볼넷 : 세드릭 바워스는 재계약에 실패하며 한화를 떠났지만, 도플갱어를 남기고 떠났다. 유원상은 지난해 세드릭 못지않은 볼넷 생산력을 보이고 있다. 유원상은 산술적으로 올 시즌 볼넷 102.6개를 기록하게 된다. 지난해 세드릭이 볼넷 104개로 이 부문 전체 1위였다. 세드릭은 많은 투구이닝을 소화하며 볼넷도 자연스럽게 늘어났다. 유원상은 투구이닝도 적은데 볼넷은 많다. - 블론세이브 :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변함없이 굳건한 신임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임경완은 흔들리고 있다. 올 시즌 블론세이브가 벌써 3개나 된다. 이 부문 전체 1위. 더욱 뼈아픈 건 3차례 블론세이브 모두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등판, 스스로 장작을 모아 불을 지폈다는 점이다. 이보다도 더 뼈에 사무치는 것은 3차례 블론세이브 모두 사직구장에서 저질렀다는 사실이다. 부산팬들은 9회말보다 9회초가 더 두렵다. - 사구 : KIA 임준혁과 두산 맷 랜들은 나란히 사구가 6개로 이 부문 공동 1위를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투구내용이 나쁘지 않다. 임준혁은 KIA 불펜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했고, 랜들은 특유의 지능적인 피칭을 바탕으로 한 위기관리능력으로 구위 감소를 만회하고 있다. 지난해 사구 1위는 MVP 다니엘 리오스(16개)였다. 사구가 많다는 건 그만큼 몸쪽 승부를 즐겨한다는 뜻이다. - 폭투 : SK 유니폼을 입은 전병두는 고질적인 제구력 난조가 가장 큰 단점으로 지적된다. 올해에도 이 같은 제구 난조가 크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올 시즌 폭투가 6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물론 이 가운데 5개는 KIA에서 저지른 것이다. 특히 지난달 12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무려 3개의 폭투를 저지르며 자멸했다. SK 이적 후에도 폭투를 하나 기록했다. 김성근 감독은 ‘개조’를 선언했다. - 도루 허용 : 도루 저지는 투수의 빠른 퀵모션과 포수의 정확한 송구 그리고 수비수의 빠른 태그라는 삼박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투수의 퀵모션. 투수가 주자에게 타이밍을 빼앗기면 십중팔구 도루를 내준다. 한화 유원상은 올해 리그에서 가장 많은 도루 12개를 허용했다. 인터벌이 길고 퀵모션이 느려 주자에 타이밍을 잘 빼앗기고, 수비수들의 집중력도 떨어진다. 야수 - 삼진 : 날이 덥다. 롯데 카림 가르시아가 방망이로 에어컨보다 시원한 선풍기를 돌리고 있다. 올 시즌 삼진 40개로 이 부문 부동의 1위로 자리매김했다. 1~2구에서는 무조건 방망이가 시원하게 돌아간다. 몸쪽 높은 145km 강속구 또는 떨어지는 변화구에 속절없이 방망이로 선풍기를 돌리고 있다. 과감하게 풀스윙을 휘두르는 것으로 보아 가르시아표 선풍기 강도는 아마 ‘강풍’일 것이다. - 병살타 : 삼진보다더 더 나쁜 것이 바로 병살타다. 한 번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먹는 병살타만큼 타자들에게 재앙스러운 것도 없다. 올해 병살 전문 타자는 삼성 제이콥 크루즈다. 장타가 실종되며 ‘똑딱이 타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크루즈는 병살타도 9개로 이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121경기에서는 병살타가 15개밖에 되지 않았지만 올해는 42경기에서 벌써 병살타가 9개다. - 도루 실패 : 도루는 도박이다. 도루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 효과가 있지만, 도루 실패가 거듭된다면 안하느만 못하게 된다. 올해 도루 실패가 가장 많은 선수는 SK 정근우다. 도루를 16개 성공한 정근우는 도루자도 8개나 돼 도루성공률은 66.7%다. 통상적으로 도루성공률이 67% 이하가 될 경우 팀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정근우는 딱 영점에 위치해 있다. - 주루사 : 주루플레이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단순히 도루숫자가 전부가 아니다. 한 베이스를 더 전진할 수 있느냐 없느냐 여부는 지난해부터 트렌드가 됐다. 그만큼 주루사는 금기시되는 부분이다. 올해 KIA 이현곤은 주루사가 6개로 이 부문 1위에 랭크돼 있다. 이상하게도 주루사를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팀별로도 KIA가 롯데와 함께 주루사가 24개로 가장 많다. 양팀 모두 3루 코치들이 도마에 올랐었다. - 실책 : 로이스터 감독은 수비를 가장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롯데 내야진은 화약고로 악명이 높다. 박기혁과 이대호가 나란히 실책 6개로 이 부문 1위 자리를 공유하고 있는 중이다. 이대호는 3년 만에 3루수로 컴백했지만, 종종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유격수 박기혁은 화려한 수비를 자랑하지만 어이없는 실수도 잦다. 정수근도 외야수로는 이례적으로 실책이 5개나 된다. 롯데는 실책이 29개로 가장 많은 팀이다. - 포일 : 포수의 가장 큰 덕목은 안정감이다. 기본적으로 투수의 공을 빠뜨리지 않는 안정감을 지녀야 투수가 포수를 믿고 공을 던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한화 포수 신경현은 올해 실망스럽다. 포수 패스트볼이 5개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김인식 감독의 지적대로 종종 공이 올 때 ‘눈을 감는다’는 인상을 줄 정도다. 유원상과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 폭투·포일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 특색이다. 김명제-가르시아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