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속에 그려 넣고 초구라도 들어오면 치는 거죠" 올 시즌 한 단계 더 나아진 타격으로 재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김현수(20. 두산 베어스). 그의 타격은 확실한 자기만의 스트라이크 존으로 적극적인 타격을 펼치는 데 있었다. 김현수는 올 시즌 3할5푼3리(1위) 1홈런 28타점(9위)로 3년차 선수답지 않은 타격을 과시하고 있다. 맹타 비결에 대해 묻자 김현수는 "타석에 들어서면 머리 속에 스트라이크 존을 그려넣고 타격에 임한다. 존에 들어오면 초구라도 과감하게 휘두르고 벗어나면 다음 공을 기다린다"라고 밝혔다.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을 치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젊은 선수들의 타격을 지켜보면 꼭 치고 나가야 겠다는 강박관념에서 존을 벗어나 공 끝을 따라가는 타격을 선보이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손목힘이 탁월하거나 발이 빠른 특수한 경우에는 안타성 타구를 양산할 수 있으나 투수의 볼끝을 따라가다 타격폼이 흔들리는 등의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또한 볼 끝을 따라가는 경우 우완 정통파 투수와는 다른 좌완이나 잠수함 투수의 공 궤적에 타격폼이 흐트러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공을 배트로 건드릴 수는 있으나 무너진 타격폼으로 안타를 뽑아내는 일은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차고 도루를 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다. 반면 김현수는 상대 투수의 투구폼에 관계없이 자신의 타격을 펼쳐 시즌 타율이 투수 유형에 따라 별 차이가 없다. 김현수는 잠수함 투수를 상대로 3할6푼4리(11타수 4안타)를 기록했으며 우완을 상대로는 타율 3할5푼6리(87타수 31안타)를 기록 중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좌완 상대 타율이다. 김현수는 왼손 투수를 상대로 3할4푼5리(58타수 20안타)를 기록하며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 약하다'라는 속설을 뒤집고 있다. 지난 시즌 좌완 상대 타율이 2할5푼8리(89타수 23안타)에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발전을 이룬 셈이다. "초구는 웬만하면 치겠다는 각오다"라고 밝힌 김현수의 초구 공략 또한 양과 질에서 모두 성장했다. 지난 시즌 초구 상황서 타율 3할3푼3리(98경기, 48타수 16안타)를 기록한 김현수는 올시즌 40경기서 4할6푼2리(26타수 12안타)로 초구 타율을 부쩍 높였다. 김현수의 적극적인 초구 공략은 김경문 감독의 생각과도 일치하는 바가 있다. 김 감독은 "타자가 스탠스를 잡고 타석에 서자마자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면 투수는 위축되게 마련이다. 30%만 쳐도 성공하는 타격서 정신적으로 우위를 점하는 것은 좋은 결과를 낳게 해줄 뿐더러 장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이끄는 데도 도움을 준다"라고 밝혔다. 김현수는 김 감독의 계획에 가장 알맞은 성공사례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투수의 볼끝을 따라가는 타격이 아닌 자신만의 타격을 펼치고 있는 김현수. 그의 타격에 두산 코칭스태프와 팬들은 연일 웃음짓고 있다. chul@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