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여고생 마케팅', 새 방향 보여줬다
OSEN 기자
발행 2008.05.19 09: 41

포항이 팬 사인회 한 번으로 600여 명의 여고생을 불러 모았다. 지난 17일 포항은 경남을 꺾고 파죽의 5연승을 내달리며 선두권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 이날 포항의 승리는 1만 4000여 명의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뤘기에 더욱 기뻤다. 그리고 그 속에는 포항 선수들에 반해 경기장을 찾은 600여 명의 여고생들이 있었다. 이들은 포항 인근에 위치한 동지여상의 학생들이었다. 포항 선수단은 5월 6일 동지여상을 방문해 두 시간 여 동안 성실하게 팬 사인회를 가졌다. 그리고 그 노력이 성과를 일구어 이들의 자발적인 경기장 관람을 이끈 것이다. 포항의 관계자는 이런 가시적인 성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우리의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동지여상 학생들의 방문에 "팬 사인회 외에는 그 어떤 시도도 없었다"며 "한 번의 사인회가 만들어낸 성과에 놀라울 따름"이라고 강조했다. 올 시즌 K리그의 각 구단들이 팬을 경기장으로 끌어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한다면 이는 놀라운 일이었다. 포항만의 지역적인 특색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포항의 시도가 다른 구단들과 달랐던 점은 바로 팬 사인회가 실시된 장소가 고등학교였다는 것이고,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K리그의 마케팅이 주로 성인층에 집중됐다는 점과 확연히 다른 점이다. 구단들의 눈높이가 좀 더 아래쪽으로 향해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여기에 우리가 선수들의 활용에 너무 인색했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두 시간의 노력으로 이런 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폭발력이 선수들에게 있지만, 우리는 그 활용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물론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경기장에서 활약이다. 그러나 프로 선수라면 한 가지 더 중요한 임무가 있다. 바로 팬들과 교감이다. 프로 선수는 팬들의 사랑을 받고 사는 존재일 뿐만 아니라 그들이 직업 선수로서 활동할 수 있는 근거도 팬에 있기 때문이다. 결국 팬을 경기장으로 모아야 하는 책임이 선수에게도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떠오른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계약서에 주당 최소한 3시간씩 구단의 홍보행사에 참여해야 한다는 사실은 한국 프로축구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지를 알려주고 있다. 더불어 AFC(아시아축구연맹)의 권고사항에 따라 개별 법인으로 변모하고 있는 K리그가 자생력을 갖출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한 부분이기도 했다. stylelomo@osen.co.kr 포항 스틸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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