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프로야구가 제주도에서 페넌트레이스 경기를 진행하게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서울 목동구장이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와 일정이 겹치는 관계로 우리 히어로즈의 홈6경기(상대팀 SK, 두산)를 제주도 오라구장에서 소화하는 것으로 편성, 20일부터 25일까지 진행하게 됐다. 프로야구 불모지인 제주도에서 그동안 올스타전, 정규시즌 3경기, 시범경기 등이 열린 적은 있지만 정규시즌 6경기가 연속적으로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에 프로야구의 씨앗을 뿌린다’는 취지로 성사된 의미 있는 경기이지만 결론이 나기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리 히어로즈를 대신해 제주도 경기 추진에 앞장섰던 KBO는 일주일전에야 간신히 해당구단들의 허락을 받을 만큼 애를 태웠다. '왜 히어로즈 구단 일에 KBO가 나서냐'는 비난에 KBO는 "제8구단 창단할 때부터 구장문제는 KBO가 해결해주기로 했다. 그런 이유로 이번에도 KBO가 나설 수밖에 없었다"며 저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히어로즈-두산전은 구장난에 통째로 쉴 뻔 했다 야구장이 없어 우리 히어로즈와 두산의 주말 3연전이 통째로 빠질 뻔 했다. 원정팀인 두산이 교통편, 선수부상 위험, 체력전 부담 등으로 제주도 경기에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한 때 관계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다. 제주도를 제외하고는 주말 3연전을 치를 야구장이 없어서 자칫하면 주말 3연전을 열지 못할 위기를 맞았던 것이다. 목동구장은 청룡기 대회로 쓸 수 없고 수도권 구장들은 이런저런 이유로 사용이 불가했다.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때 삼성과의 경기처럼 히어로즈 홈경기를 삼성의 홈경기로 먼저 치르는 방안은 잠실구장이 LG 홈경기로 잡혀 있어 불가능했다. 히어로즈 전신인 수원구장은 수원시에서 반대했다. 수원시는 올 시즌 개막전 히어로즈 구단이 수원구장을 버리고 서울 목동구장으로 홈을 옮긴데다 2군 프랜차이즈 협상과정에서 관계가 불편해졌다는 후문이다. 또 다른 대안이었던 강원도 춘천구장도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이미 다른 일정이 잡혀있어 사용불가였다. SK의 홈구장인 인천 문학구장도 대체구장으로 고려됐으나 주말에는 SK 홈경기가 예정돼 있어 역시 쓸 수가 없었다. 이처럼 수도권 야구장들을 활용할 수 없게 되면서 주말 3연전을 아예 치르지 않는 방안도 고려됐으나 형평성의 문제가 걸림돌이 됐다. 나머지 6개팀은 경기를 치르는 동안 2개팀이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을 보충하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목소리들이 컸다. ▲작은 오해로 힘들었지만 대승적 결단으로 반전 두산이 막판까지 제주도행을 꺼렸던 이유는 선수단 불편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KBO의 어설픈 일처리 등 때문이었다. 오라구장은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선수들의 부상위험이 크다는 것은 프로야구계가 모두 인식하고 있는 문제이다. 이미 3월 시범경기 때 SK 최정, 정경배 등도 오라구장에서 부상을 당한 전력이 있다. 그러나 두산을 더욱 화나게 만든 것은 오해였다. KBO가 주초 3연전을 먼저 치르는 SK의 제주도행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두산은 이미 결정했다’고 설명한 것으로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두산이 문제를 삼았다. KBO는 곧바로 그런 설명을 한 적이 없다며 두산에 오해를 풀려했으나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래도 두산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마지막에 제주도행을 결정, 파행으로 치달을 뻔한 프로야구가 순조롭게 진행되게 됐다. KBO는 두산 선수단을 배려, 25일 마지막날 경기는 ‘4시간을 넘기지 않는다’는 로컬룰을 만들어 적용키로 했다. 오후 2시에 시작되는 경기가 6시를 넘기면 항공편을 구할 수가 없어 1박을 제주도에서 더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에 앞서 주초 3연전을 야간경기로 치르는 SK 김성근 감독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지만 어렵게 제주도 6연전을 성사시킨 KBO로서는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이번 제주도 6연전은 고교야구로 인한 히어로즈 홈구장난에서 비롯됐지만 KBO와 제주시가 ‘제주도민에게 프로야구를 선물하자’는 뜻깊은 취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해 성사됐다. 양측은 시즌 시작때부터 긴밀히 협조, 이번 6연전을 만들었다. 제주도에서는 경기개최비용의 일정액을 지원하며 제주도민의 문화행사의 일환으로 프로야구 경기를 개최했다. 이해관계자들이 ‘대승적인 차원’에서 성사시킨 이번 제주도 6연전이 제주야구 발전의 불씨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제주 오라구장 전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