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홈런왕 2회, MVP 1회 등 비계량 타이틀을 획득한 경력의 로베르토 페타지니(37. LG 트윈스)가 한국 무대를 밟았다. 지난 17일 광주 KIA전서 데뷔전을 치렀으나 3타수 무안타(사사구 1개) 1타점으로 다소 기대에 못미쳤던 페타지니는 이튿날 3타수 3안타 1득점으로 타격감을 찾기 시작했다. 첫 경기서 삼진 2개를 당하긴했으나 성급하게 배트가 나가는 일은 없었다. 특히 17일 경기 6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페타지니는 상대 선발 이대진(34)의 초구를 끌어당겨 우측에 떨어지는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는 파울타구를 보여주었다. 비록 홈런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그의 식지 않은 파워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홈런으로 나타나지 않으면 그의 위력은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난 시즌 2할8푼3리 13홈런 72타점을 기록했던 페드로 발데스가 한 시즌만에 LG를 떠난 이유는 파괴력이 기대에 못미쳤기 때문이다. 발데스는 출루율 3할8푼1리를 기록하며 좋은 선구안을 보여줬지만 장타율은 4할7리로 기대에 못미쳤다. 잠실구장을 공유한 두산 베어스 톱타자 이종욱(28)의 지난 시즌 장타율이 4할1푼7리였음을 감안하면 선행 주자를 홈으로 모두 인도하기에 2% 부족했던 발데스의 장타력은 더욱 뼈아팠다. 일본서 페타지니는 스탠스가 확실히 구축된 채 팔로 스윙까지 깨끗하게 마무리했던 타자다. 야쿠르트서 함께 뛰기도 했던 알렉스 라미레스(34, 현 요미우리)처럼 히팅 포인트를 앞쪽에 두고 당겨치는 데 주력하는 타자가 아닌, 밀어치는 데도 일가견이 있던 타자로 장타력과 정확성을 모두 갖췄다는 평을 얻었다. 페타지니는 일본 6시즌 동안 3할1푼7리 223홈런 594타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외국인타자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이는 모두 예전 이야기다. 페타지니의 타격폼은 전성 시절과 큰 차이가 없으나 임팩트 순간 손목을 이용하는 순발력이 여전한지는 미지수다. 수비 시프트를 마음놓고 잡을 수 없는 '스프레이 히터'임은 여전하지만 만에 하나 '파워 히터'의 매력이 사라졌다면 기대치에 밑돌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무릎 부상 전력이나 많은 나이 등 불안요소가 있었으나 페타지니가 2경기서 보여준 모습은 이름값에 크게 어긋나지 않았다. 그러나 2000시즌 찰스 스미스(35홈런) 이후 시즌 20홈런 이상을 친 장타자를 보유하지 못했던 LG에는 호쾌한 홈런을 쳐줄 거포가 필요하다. 작전이 무시된 홈런은 큰 효과를 낼 수 없지만 LG는 이대형(25), 박용택(29) 등 빠른 발을 갖춘 주자에 작전 구사능력이 뛰어난 김재박 감독까지 사령탑에 앉은 팀이다. 누상에서 주자들이 상대 배터리를 흔들며 페타지니의 수싸움 우위를 가져왔을 때 시기적절한 홈런까지 터져준다면 LG는 '페타지니 효과'를 확실하게 누릴 수 있다. 김 감독의 작전과 선행 주자들의 움직임이 발휘됐을 때 페타지니는 가공할만한 파괴력으로 팀의 기대에 부응해야 한다. LG가 페타지니에 기대하는 것은 '적절한 수준'의 타격이 아니다. chul@osen.co.kr LG 트윈스 제공.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