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투고타저 방지 및 국제화 명목으로 대대적인 규정변화를 실시했다. 마운드 높이가 낮아진 것도 그 일환이었다. 각 구장마다 마운드 높이가 제각각이지만 대체적으로 낮아졌고, 공을 위에서 내리꽂는 정통파보다는 공을 밑에서 던지는 잠수함 투수들이 이득을 볼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잠수함 투수들이 대체로 수준급 활약을 펼치며 전성시대를 예고하는 듯했다. 그러나 올 시즌 잠수함 투수들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희(喜)보다 비(悲)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희(喜) 한화 김인식 감독은 SK 조웅천을 가장 까다롭게 생각하는 투수로 꼽았다. “현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조웅천이 공은 늘 까다롭다”고 혀를 내둘렀다. 비단 김인식 감독뿐만이 아니다. 상대하는 모든 팀들이 까다롭게 느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조웅천의 활약상은 돋보인다. 조웅천은 올 시즌 23경기에 구원등판, 1패3세이브10홀드 방어율 0.38 WHIP 0.97 피안타율 1할2푼으로 리그 최정상급 셋업맨에 걸맞은 피칭을 선보이고 있다. 19차례 득점권 위기에서도 볼넷 2개만 내줬을 뿐,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았다. 리그 유일의 득점권 피안타율 제로. 승계주자 실점율도 6.7%로 리그 전체 1위다. 까다로운 타이밍에 나오는 까다로운 구질이 까다롭게 느껴진다. 롯데 3년차 사이드암 배장호의 활약도 만만치 않다. 비록 지난 8일 사직 한화전에서 통한의 블론세이브를 저질렀지만 그것을 감안해도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올 시즌 15경기에서 1승1패4홀드 방어율 1.69를 기록 중이다. WHIP(1.41)·피안타율(0.278)이 높은 편이지만 위기에서는 조웅천 모드로 변신했다.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5푼4리. 140km 초반대를 형성하는 힘있는 직구와 지저분한 볼끝으로 적절히 잘 맞혀잡고 있다. 장래 리그를 대표할 만한 특급 잠수함 투수로 성장페달을 밟고 있다. KIA 유동훈도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군복무를 마치고 4년 만에 컴백한 정통 언더핸드 유동훈은 17경기에 구원등판, 2승1패3홀드 방어율 3.28 WHIP 1.05 피안타율 2할5리라는 특급 피칭을 과시하고 있다. 9이닝당 볼넷이 2.9개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제구가 좋다. 3년이라는 공백기간이 무색할 정도로 시즌 초반부터 필승계투조로 활약하고 있다. 유동훈의 팀 후배가 되는 2년차 손영민도 올 시즌 21경기에서 3승1세이브3홀드 방어율 3.77 WHIP 1.19 피안타율 2할5푼을 기록하며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록 패전처리지만 한화 마정길도 12경기에서 1세이브 방어율 2.75 WHIP 0.92 피안타율 2할9리로 호투행진을 거듭 중이다. 비(悲) 지난해 ‘잠수함 투수는 마무리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깨고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우규민(LG)·정대현(SK)은 올해 나란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규민은 19경기에서 1승3패7세이브 방어율 5.87 WHIP 1.50 피안타율 3할1푼7리로 마무리로는 낙제점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 중이다. 마무리(Closer)가 아니라 패배자(Loser)의 성적이다. 그래도 터프세이브 2개, 1점차 세이브 4개로 결코 만만한 마무리투수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정대현도 올 시즌 21경기에 등판해 2승1패11세이브로 표면적인 성적은 괜찮지만 방어율(3.09)·WHIP(1.46)·피안타율(0.289) 등 세부기록은 좋지 않은 편이다. 정대현도 우규민처럼 터프세이브 2개, 1점차 세이브 4개로 관록을 과시하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안정감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다. 우규민-정대현에 이어 또 하나의 잠수함 마무리투수로 전업한 임경완(롯데)은 데뷔 후 최고로 잔인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올 시즌 18경기에 구원등판한 임경완은 1승3패6세이브 방어율 4.96 WHIP 1.53 피안타율 2할8푼8리로 불안한 모습을 노출하고 있다. 블론세이브가 벌써 3개에 달한다. 모두 다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등판해 스스로 장작을 모으고 불을 질렀다. 셋업맨 임경완은 최정상급 투수였으나 마무리로는 정반대가 되어버렸다. 특히 제구가 되지 않고 있다. 9이닝당 사사구가 무려 6.1개로 치솟았다. 자신감도 완전히 상실했다. 한 야구인은 “이대로라면 더 이상 마무리로는 힘들다. 자신감을 더 잃기 전에 보직 변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권오준(삼성)·나승현(롯데)·조용훈(우리) 등이 1군에서 사이드암으로 활약하고 있으나 성적은 미미하다. 권오준은 개인 성적 자체만 놓고 볼 때 우수하다. 13경기에서 2홀드 방어율 2.08 WHIP 0.85 피안타율 1할9푼1리를 기록 중이지만, 허리·어깨가 좋지 않아 정상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 성적을 내는 것은 그만큼 그가 위력적인 투수라는 증거다. 나승현(2패·4.71)과 조용훈(3패·3.75)도 그리 인상적이지 못한 가운데 SK 이한진(1패·4.20)도 뚜렷한 활약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박준수(우리)·박석진(LG)·이영욱(SK)은 1군에서 1경기밖에 등판하지 않았다. 마운드 높이가 낮아진 지 2년째가 된 만큼 더 이상 잠수함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조웅천-배장호-우규민-임경완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