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경기서 1승 4패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롯데 자이언츠가 염종석(35)의 계투 기용 계획을 밝혔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정영기 2군 감독을 통해 염종석의 불펜 대기를 지시했다. 프로 첫 시즌이던 1992년 17승을 따내며 한국시리즈 우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염종석은 부상과 재활을 거치며 오랫동안 부활을 노려왔다. 올시즌에는 전지훈련서 당한 골반 부상으로 시즌을 2군서 맞았고 이후 구위 회복에 힘써왔다. 염종석은 롯데가 '가을 야구'와 거리가 멀었던 시기에도 2002~2006시즌까지 매 시즌 100이닝 이상을 던지며 선발 로테이션을 지켰다. 비록 6시즌 동안 27승을 거두는 데 그쳤으나 투구 내용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15시즌 동안 통산 93승 132패 방어율 3.76을 기록한 염종석의 모습은 2007시즌을 끝으로 지바 롯데 마린스 유니폼을 벗은 구로키 도모히로를 연상케한다. 염종석과 동갑내기인 구로키는 지바 롯데가 하위권을 전전하던 시절 마운드를 지킨 '고독한 에이스'였다. 구로키는 1995년 지바 롯데서 데뷔한 이후 2001시즌까지 1151이닝을 던지며 73승(완투 38회)을 기록하며 분투했다. 특히 1997년과 1999년에는 200이닝 이상을 투구하며 투혼을 불살랐다. 그러나 지바 롯데는 1995시즌 이후 타선의 침체로 인해 퍼시픽리그 하위권을 맴돌았다. 7시즌 동안 무리한 활약을 펼쳐 온 구로키는 2001년 올스타전 이후 어깨 부상으로 수술과 재활을 연속하며 팬들에 점점 잊혀져가고 있었다. 2004시즌 복귀해 1승을 거두기도 했으나 과거의 에이스라는 이름만 있었을 뿐 실제 활약은 팬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2005년 8월 28일은 달랐다. 바비 밸런타인 감독의 배려 아래 구로키는 지바 마린스타디움서 열린 오릭스전에 선발 등판해 6⅔이닝 3피안타 무실점(탈삼진 3개)의 호투로 2001시즌 이후 4년 만의 홈구장 첫 승을 올렸다. 구로키의 이날 승리는 지바 롯데의 클라이맥스 시리즈 진출을 확정짓는 동시에 10년 만의 A클래스(리그 1~3위) 진입을 결정짓는 귀중한 승리가 되었다. 이후 구로키는 지바 롯데의 일본 시리즈 우승 자리서 동료들과 부둥켜 안고 그라운드에 뜨거운 눈물을 뿌렸다. 구로키는 2004시즌 이후 은퇴할 때까지 4시즌서 3승을 더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2008년 3월 15일 열린 구로키의 은퇴식은 어느 때보다 뜻깊었다. 지바 롯데 팬들은 자신을 불살라 암흑기의 팀을 지탱한 후 마지막 힘을 쏟아 10년 만의 리그 상위권 진입을 이끌었던 에이스의 은퇴에 눈물로 배웅했고 구로키 또한 마운드에 입을 맞추며 선수생활에 영원한 작별을 고했다. 염종석 또한 부산 롯데 팬들에 애틋함을 가져다 주는 투수다. 현재의 에이스 손민한(33)과 주포 이대호(26)가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라면 염종석은 '잊혀진 스타'가 아닌 '부활을 꿈꾸는 스타'와 같다. 올 시즌 초 상위권을 지키던 롯데 자이언츠는 최근 불펜진의 난조 등으로 인해 주춤거리며 4위(20승 19패)까지 밀려났다. 상위권 고수를 위해 로이스터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왕년의 에이스' 염종석의 계투 기용이다. 염종석은 2군서 '모의고사'를 치른 뒤 1군에 합류할 예정이다. 구로키는 귀중한 승리로 팀의 '가을 잔치'를 이끌었다. 팬들은 염종석이 회복된 구위로 부산 팬들에게 '가을 야구'를 보여주는 동시에 화려하게 부활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chul@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