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야구는 궁극적으로 득점을 더 많이 내야 이길 수 있는 경기다. 그러나 방망이는 예부터 전적으로 믿을 것은 못 된다. 안정된 마운드와 탄탄한 수비진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승리로 가는 최선의 길이다. 올 시즌 프로야구에서도 오래된 속설은 현실화되고 있다. 수비가 안정되면 표면적으로 보여지는 것 이상으로 승리를 따낼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에는 다 잡은 승리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수비는 야구의 기본이다. 타격은 10번 중 3번만 잘해도 칭찬받지만 수비는 10번 중 딱 한 번을 실패해도 비난을 받는다. 그러나 수비는 결코 쉽지 않다. 원래 기본이 가장 어려운 법이다. 롯데·LG·우리, 실책이 가장 큰 문제 롯데는 일단 실책 숫자가 34개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다. 박기혁(7개)·이대호(6개)·정수근(5개) 등 실책 1~3위가 모두 롯데 선수들이다. 롯데는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진 경우가 21차례인데 이 중 13차례를 박기혁(5개)·이대호(4개)·정수근(4개)이 합작했다. 롯데는 중요한 순간마다 실책에 발목을 잡혔고 팬들은 뒷목을 잡아야 했다. 실점으로 결승점을 헌납한 경우가 무려 5차례이며 7회 이후 3점차 이내 승부에서도 6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박기혁·이대호·정수근뿐만 아니라 대수비 전문요원이라는 박남섭마저 연장전에만 실책을 2차례나 저질렀다. 게다가 마무리투수 임경완의 ‘앨리웁 또는 레이업’ 실책도 포함돼 있다. 롯데는 비자책점이 20점으로 가장 많다. 특히 장원준은 울고 싶은 심정이다. 비자책점이 7점으로 리그 전체 1위다. LG의 최하위 추락에도 여러 요인이 있지만 수비 실책을 빼놓고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뼈아픈 실책이 속출하며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잦다. LG는 올 시즌 팀 실책이 26개로 롯데(34개)-우리(31개) 다음으로 많다. 중요한 것은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된 부분. 26차례 실책 중 무려 20차례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실책이 실점으로 이어질 확률이 무려 76.9%로 나머지 7개 구단들의 평균 확률(60.0%)과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LG에게 실책은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고 무조건 실점이었다. 특히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 승부에서 나온 실책이 무려 7개에 달했다. 박경수(4개)·김상현(3개)이 7회 이후 3점차 승부에서 나란히 실책을 2개씩 저질렀다. LG는 타선보강에 앞서 수비보강이 절실하다. 우리 히어로즈도 수비가 문제인 팀이다. 실책이 31개로 롯데 다음으로 많다. 특히 실책이 많았다는 점이 매우 뼈아픈 부분이다. 실책으로 인한 결승점 헌납이 4차례로 롯데의 뒤를 따르고 있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승부에서 나온 실책도 6개로 롯데·LG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실책 5개를 기록하고 있는 유격수 황재균을 필두로 무려 17명의 선수가 번갈아가며 실책을 저질렀다는 점이 특색이다. 언제 어떻게 실책이 나올지 모르는 것이다. 우리의 뒷문 부재는 불안한 수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황두성이 특급 마무리로 떠오른 만큼 수비만 안정되면 된다. SK·한화·삼성, 안정된 수비의 저력 일찌감치 단독선두로 독야청청하고 있는 SK는 수비도 안정된 팀이다. 실책이 23개로 삼성(19개)·한화(21개) 다음으로 적다.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된 경우도 13차례밖에 되지 않으며 비율은 56.5%로 전체 2위다. 그만큼 투수들이 수비수들의 실책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 피칭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우승팀의 면모다. 그러나 실책이 결승점 헌납으로 이어진 경우는 4차례로 꽤 많은 편. 7회 이후 3점차 승부에서 3개의 실책이 나온 것이 문제였다. 최정·이재원·김강민이 하나씩 실책을 기록했다. SK는 나주환·정근우·최정이 3개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지만 리그에서 유일하게 4개 이상 실책을 기록한 선수가 없다. 장기독주하는 팀치고 수비가 약한 팀은 없다. 가공할만한 홈런포를 제외하면 객관적인 지표에서 한화는 크게 돋보이지 않는 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독 3위를 달리고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한화는 실책이 21개로 리그에서 2번째로 적은 팀이다. 포수 신경현이 3개의 실책을 기록하고 있지만, 나머지 야수들은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격수 김민재는 실책 3개를 기록하고 있으나 지난 6~7일 사직 롯데전에서 딱 이틀간 귀신에 홀린듯 실책을 남발한 탓이었다. 특히 한화는 승부에 치명적인 실책을 많이 저지르지 않았다는 점이 강점이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에서 실책이 2개로 역시 리그에서 2번째로 적으며 실책으로 인한 결승점 헌납은 딱 1차례로 가장 적다. 삼성도 한화만큼 수비가 안정된 팀이다. 실책이 19개로 리그 최소기록을 마크하고 있다. 실책이 실점으로 연결된 경우도 11차례로 역시 가장 적다. 7회 이후 3점차 이내 접전 승부에서 나온 실책은 딱 하나밖에 없다. 실책으로 결승점을 헌납한 경우가 2차례있지만 대체로 안정된 수비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실 시즌 초에만 하더라도 심정수·조동찬·최형우의 외야 수비가 부실했지만 이후 조정을 통해 전반적인 수비 안정을 불러오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실책이 꽤 있지만, 포수 진갑용과 유격수 박진만을 중심으로 한 전체적인 수비의 안정감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다. 기본이 되는 팀은 언제든 올라갈 수 있다. 삼성이 바로 그렇다. 두산·KIA, 반등세의 힘은 수비 두산은 올해도 언제나처럼 5월을 맞아 비상하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이 사실상 무너진 가운데에서도 무려 12승3패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3~4월과 비교할 때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 역시 수비다. 3~4월에는 17개 실책을 저질렀고 이 가운데 12차례나 실점으로 이어졌다. 채상병과 홍성흔의 포수 수비는 악몽이었고 내외야를 가리지 않고 수비가 흔들렸다. 하지만 5월에는 실책이 8개밖에 되지 않으며 실점으로 연결된 경우는 3차례에 불과하다. 포수 채상병이 극도의 부진에서 벗어나 수비에서 어느 정도 안정감을 되찾은 것이 크다. 4월 최하위 KIA의 5월 반전도 수비의 힘에서 비롯되고 있다. 3~4월 KIA는 실책을 15개를 저질렀고, 이 가운데 10차례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이현곤·최희섭·김선빈의 실책은 결승점 헌납으로 귀결돼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하지만 5월에는 실책이 7개로 줄든 가운데 실점으로 연결된 경우도 딱 2차례밖에 되지 않았다. 결정적으로 승부에 악영향을 미친 뼈아픈 실책이 없었다는 것이 고무적이었다. 데뷔 후 처음으로 1루수 글러브를 끼고 선발출장한 이종범도 수비에서 큰 힘이 되고 있다. 기본이 되니 팀이 살아나고 있다. 최근 11경기에서 8승3패를 거두고 있는 KIA는 중위권 진입 청신호를 밝혔다. 일단 수비가 안정되고 봐야 할 일이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