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만 남았다", 96년 다저스 동료 사실상 '全無'
OSEN 기자
발행 2008.05.21 06: 49

[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박찬호(35.LA 다저스)만 남았다. 1996년은 박찬호 본인은 물론 한국 야구와 그리고 메이저리그사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해다. 94년 다저스 입단후 2년간 마이너리그 수련을 거친 박찬호가 당당히 풀타임 빅리거로 자리를 잡은 해다. 한국인 최초의 빅리그 승리라는 금자탑이 그때 쌓였다. 박찬호와 일본 출신 노모 히데오가 메이저리그의 관문을 동양 선수들에게 활짝 열어젖힌 해였다. 이듬해 빅리그 최초의 'UN 선발로테이션'이 토대를 닦은 것도 그때였다. 그러나 12년이 지난 현재 아직도 남아 메이저리그 피칭스태프의 일원으로 활약하는 인물은 단 한 명. 당시 다저스에서 뛰던 동료 투수들은 현역에서 은퇴했거나 다른 나라에서 야구를 하고 있다. 오직 박찬호만 질긴 생명력을 유지하며 메이저리그를 누비고 있다. 96년 당시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모두 36명. 야수 25명, 투수 11명이었다. 이 가운데 2008년 현재 메이저리그 25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선수는 투수 박찬호, 야수 가운데는 후안 카스트로(신시내티) 2명에 불과하다. 올 시즌 캔자스시티에서 잠깐 뛴 노모가 사실상 메이저리그 생활을 마감했고, FA 포수 마이크 피아자가 은퇴를 선언한 결과다. 카스트로의 보직이 오랫동안 활약할 수 있는 백업 내야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찬호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롱릴리프와 선발을 오가는 박찬호는 현재 다저스 팀내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초청선수로 기야없는 엔트리 싸움을 벌인지 3개월 만에 조 토리 감독의 신임을 한몸에 받고 있다. "박찬호가 그간 부진한 것은 건강상의 이유 때문으로 본다"고 토리가 말할 만큼 그는 실력으로 입지를 굳혔다. 돌이켜보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시 주전 1루수였던 에릭 캐로스는 이미 방송인으로 변신했고, 마이크 블라워스, 그렉 개그니, 딜라이노 드실즈, 라울 몬데시 등 주전들은 오래전에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다. 팀내 최고 유망주였던 카림 가르시아는 한국 롯데에서 '빅리그 출신 베테랑'으로 뛰고 있다. 박찬호의 라이벌이던 멕시코 출신 이스마엘 발데스,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온 페드로 아스타시오, 부동의 에이스 라몬 마르티네스, '너클볼러' 톰 캔디오티도 모두 유니폼을 벗었다. 박찬호의 입단 동기 대런 드라이포트더 동갑내기 안토니오 오수나도 이미 '잊혀진 인물'이다. 그러나 박찬호는 아직도 꿋꿋이 던지고 있다. 96년 당시 박찬호가 23세의 신출내기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텍사스 입단 후 겪은 부상, 샌디에이고 시절 생명을 위협했던 장출혈. 지난해 2개 구단 방출의 수모. 하지만 박찬호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다시 던지고 있다.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95마일 직구를 연일 뻥뻥 뿌리면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속단일지 모르지만 현재 구위와 투구내용이라면 향후 몇년 더 지금과 같은 공을 볼 수 있을 듯하다. 무엇이 박찬호를 다시 일으켜 세웠을까. 재기를 하지 않고 불명예 퇴진할 수는 없다는 굳은 의지, 한눈을 팔지 않는 생활습관, 운동벌레로 가는 곳마다 칭찬을 받는 그의 성실성이 결실을 맺은 결과로 풀이가 가능하다. 피아자는 "이제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할 때"라며 은퇴의 변을 밝혔다. 다시 일어선 박찬호에게 또 다른 인생은 '먼훗날'의 일일 것이다. 그는 아직도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이며 선수로서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workhors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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