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런던, 이건 특파원] 지난 2003년 4월 23일 러시아 출신의 한 사업가는 맨체스터의 올드 트래퍼드에서 열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레알 마드리드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을 관전했다. 당시 양 팀은 난타전을 벌였고 맨유가 4-3으로 승리했다. 이 경기를 지켜보던 이 남자의 마음 속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새겨졌다. "나도 이런 아름다운 축구 경기에 일부가 될 수 없을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08년 5월. 이 남자는 자신이 유년 시절을 보낸 모스크바로 돌아왔다. 물론 그만 돌아온 게 아니다. 바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축구 클럽 첼시 FC와 함께다. 그는 바로 첼시의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42)이다. 말 그대로 금의환향(錦衣還鄕)이다. 5년 전 아름다운 축구의 일부가 되고 싶었던 아브라모비치는 자신이 그토록 바라마지않던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의 당사자로 돌아온 것. 물론 이미 200억 달러의 재산을 지닌 러시아 석유재벌로서 금의환향을 열두 번도 더했겠지만 이번만큼은 의미가 다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그것도 자신이 다녔던 초등학교에서 불과 지하철로 45분 떨어진 루즈니키 스타디움에 선 것이다. 그동안 아브라모비치는 첼시에 많은 투자를 했다. 2003년 7월 약 6000만 파운드라는 거금을 주고 첼시를 사들였다. 인수 직후 그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더프, 크레스포, 마켈렐레 등을 영입했다. 이듬해 그는 라니에리 감독과 결별하고 조세 무리뉴 감독을 데려왔다. 그만 데려온 것이 아니었다. 카르발류, 페레이라 등 FC 포르투에서 뛰었던 선수들과 체흐, 로벤, 드록바 등을 영입했다. 이같은 투자는 계속 이어졌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그는 무리뉴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다 데려왔다. 그 결과 아브라모비치는 프리미어리그 2연패, 2007 FA컵 우승 등 무려 5개의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가 진정으로 원한 것은 바로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와 '아름다운 축구' 였다. 그는 이번 시즌 초반 무리뉴 감독과 결별한 후 아브람 그랜트 기술 이사를 감독으로 앉혔다. 그랜트 감독은 아브라모비치에게 더욱 역동적인 축구를 보여줄 것을 약속했다. 이 약속이 잘 지켜졌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최소한 그랜트 감독은 팀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까지 이끌며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두가지 꿈 중 하나를 실현시킬 가장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구단주와 약속을 어느 정도 지킨 셈. 이제 남은 것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으로 금의환향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 뿐이다. 결승전을 24시간도 채 남겨두지 않는 현재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아마도 잠 못이루는 밤을 지새고 있을 것이다. bbadagun@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