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우산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들지 못하면 바지가 흠뻑 젖게 마련이다. 두산 베어스 3번 타자 고영민(24)과 5번 타자 홍성흔(31)은 '좋은 우산'을 들고도 흔들거리며 길을 걷다가 '무안타'로 젖고 말았다. 두산은 지난 20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서 9회초 마무리 정재훈의 ⅓이닝 3피안타 4실점 난조로 2-5의 역전패를 당했다. 직접적인 패배 원인은 정재훈의 제구 난조에 있었으나 중심타선서 4번 타자 김동주(32)외에도 고영민과 홍성흔의 활약이 있었다면 불안한 리드 속에 떨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고영민은 이날 경기서 3타수 무안타(사사구 1개, 삼진 1개)에 그쳤고 홍성흔은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반면 김동주는 6회 좌월 솔로포를 치는 등 2타수 1안타(볼넷 1개) 2타점으로 제 몫을 했다. 1회 무사 만루 찬스서 1타점 희생플라이에 그친 것은 아쉬웠으나 5월 들어 6홈런 16타점을 몰아친 타격감은 유지했다. 김동주는 중심타선서 '우산'역할을 해냈으나 고영민과 홍성흔의 타격은 아쉬운 감이 있었다. 홍성흔은 1회말 1사 1,2루서 송진우의 낮은 슬라이더(125km)를 쳤으나 중견수 플라이에 그치며 찬스를 날려버렸다. 초구를 공략한 것으로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나빴다. 8회말 1사 1루서는 최영필의 가운데로 몰린 직구(143km)를 쳤으나 유격수 플라이로 힘없이 물러났다. 중심타자다운 능동적인 타격이었으나 두 경우 모두 배트 중심에 맞지 못하며 정타로 연결하는 데는 실패했다. 고영민은 3회말 1사 1루서 송진우의 스플리터(122km)에 방망이가 나가며 삼진을 당했고 8회말 선두타자로 나서 최영필의 커브(118km)에 우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두 경우 모두 방망이가 주도적으로 나갔다기 보다 볼 끝을 따라가는 인상이 짙었다. 단 한 경기의 모습이었지만 고영민과 홍성흔의 모습은 아쉬움이 있었다. 특히 두산과 한화는 2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중심타선의 파괴력과 출루 능력서 상대에 밀리면 이는 경기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일 타석서 보여준 고영민과 홍성흔의 모습은 김동주가 제 타격감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아쉬움이 컸다. 커다랗고 좋은 우산이 있어도 제대로 잡지 못하면 비를 완벽하게 피할 수는 없는 법이다. '우산' 김동주를 제대로 잡지 못한 고영민과 홍성흔에 20일 경기는 아쉽기 그지 없었다. chul@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