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 MC이자 개그맨 이경규(47)가 요즘 부진의 늪에 빠졌다. 늘 서너개 이상의 지상파 TV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었던 그가 연달아 낙마를 하더니 '퀴즈 육감대결'의 진행만 남아 있다. 다른 MC는 몰라도 이경규에게는 위기 상황이다. SBS '라인업'에 이어 지난 주말 MBC '간다투어'마저 조용히 막을 내린 게 결정타였다. '라인업'과 '간다투어'는 기획부터 출연진 캐스팅, 진행 등 모든 면에서 이경규의 입김이 강하게 불었고 의욕적으로 덤볐던 프로들. 예상외로 시청률이 낮게 나오면서 조기 종영의 아픔을 동시에 겪었다. 그로서는 '라인업' 6개월, '간다투어' 2개월의 짧은 방영 기간이 아쉬움으로 남을 대목이다. 방송국측이 시청률의 덫에 걸려 프로그램들의 진정한 재미를 펼쳐보이기도 전에 싹을 잘랐다는 점이다. 그러나 28년 연예계 인생에서 부침을 겪어왔던 이경규도 이번 위기 상황의 상당 부분 책임을 져야한다. 가장 중요한 문제점은 바로 그가 자신의 자랑거리로 앞세우는 '이경규 라인'이다. 올해 초만해도 이경규는 현역 MC들 가운데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원로급에 속했다. 지상파 TV로는 ‘라인업’, ‘육감대결’, '간다투어', '도전예의지왕' 진행을 맡았고 케이블로 가서는 ‘골프의 신’ ‘이경규의 복불복 퀴즈쇼’를 이끌었다. 최근 이경규 진행 프로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출연진으로 자신의 라인들을 열심히 챙겼다는 사실이다. 김구라 이윤석 등이 대표적인 인물이고 붐까지 추가됐다. 시청자들은 그의 주도 하에 후배 개그맨이나 연예인들을 윽박지르고 군대식으로 부리는 상명하복 프로 진행에 다소 식상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프로 포맷이나 진행 스타일에 변화가 안보인다는 지적이다. 이경규 특유의 순발력이 줄어들고 패턴이 고정화된 배경에는 결국 출연 프로마다 규라인과 함께 움직인 영향이 컸다. 이경규의 호통에 맞서는 김구라의 예리한 한방 응수도 너무 자주 보여지면서 신선함을 잃었다. 나머지 멤버들 역시 '또'라는 이미지를 벗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경규는 1980년대 이후 숱한 유행어와 히트 프로를 내면서 인기를 유지해 왔다. 대표적인 코너가. ‘일밤’의 ‘몰래카메라’ ‘양심냉장고’ 등이다. 지난해 박명수를 한국 최고의 ‘2인자’ MC로 만들었던 호통 개그도 사실상 그가 원조다. 긴 세월 개그맨과 MC로서 정상의 자리를 지킨 결과, 그의 주위에는 강력한 ‘라인’도 생겼다. 후배들 사이에서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유명했고 자기 사람을 처음부터 끝까지 잘 챙겨준 덕분이다. 하지만 개그맨과 MC는 편한 현실에 안주할 때 위기를 맞이한다. 이경규가 다시 자신의 인기를 살리려면 과감히 라인을 버려야 할 때다. mcgwire@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