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잠실구장서 벌어진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서는 다소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되었다. 6-2로 한화가 앞선 9회말 두산 공격 1사 주자 없는 상황서 나온 대타 전상렬의 2루 땅볼 성 타구. 2루수 한상훈은 타구를 잡기 위해 다가서다 1루수 추승우의 슬라이딩에 갑작스럽게 놀란 뒤 허탈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투수 브래드 토마스가 재빨리 추승우가 자리를 비운 1루 커버에 들어갔으나 이미 타자 주자가 1루를 밟은 뒤였다. 이 경기서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추승우는 9회 주전 1루수 김태균이 컨디션 조절을 위해 벤치로 물러난 뒤 1루를 맡았다가 수비 장면으로 웃음까지 자아냈다. 한 야구 커뮤니티서는 올시즌 외야수로 등록된 추승우에게 '외야 본능', '1익수(1루수+우익수)'라는 별명까지 붙여주었다. 김인식 감독은 21일 경기를 앞두고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자 "익숙하지 않은 자리라서 그랬겠지"라며 "사실 포지션 변경이라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라는 말로 추승우의 실수를 다독였다. 뒤이어 김 감독은 "무승부 폐지로 언제 어려운 경기가 펼쳐질 지 몰라 1군 엔트리 기용폭이 좁아졌다. 게다가 한여름에는 투수들의 체력소모가 심해 이를 대비해 투수진에 추가인원이 발생하고 그만큼 야수진의 기용폭은 더욱 좁아진다. 따라서 여러 포지션을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라고 밝혔다. 조범현 KIA 타이거즈 감독 또한 지난 3월 시범경기 기간 중 "야수들은 내,외야를 모두 커버해야 한다. 우리도 미국처럼 투수가 야수로 나서고 대주자로 뛸 수 밖에 없다. 야수도 투수를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다"라며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다. 무승부 제도가 폐지된 올시즌 1군서 확실한 자리매김을 바라는 야수들은 어느 포지션에 갖다 놓아도 손색없는 수비 실력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밤늦게까지 연장전을 치르고 다음날 낮경기에도 문제없이 출장할 수 있을 만큼의 체력까지 갖춰야 한다. 자칫하면 선수들은 육체적, 정신적 부담을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는 데 각 구단들은 다재다능한 수비수의 필요성을 체감하고 있다. 올시즌 '멀티 플레이어'의 활약에 웃음 짓는 팀은 어떤 팀이 될 것인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ul@osen.co.kr 추승우.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