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입문 3년 만에 3할5푼이 넘는 시즌 타율(3할5푼2리, 21일 현재)로 각광받고 있는 김현수(20. 두산 베어스). 그는 나이답지 않게 대범했다. 김현수는 21일 잠실 한화전 2회말 2사 1,2루서 상대 선발 양훈(22)이 던진 다소 높은 직구(143km)를 우중월 역전 스리런(시즌 2호, 비거리 125m)으로 연결하며 팀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경기 후 홈런을 기록한 소감을 묻자 김현수는 "처음부터 직구를 노리고 들어갔고 타이밍도 맞았다. 초구 직구가 파울이 된 뒤 그 다음 공도 직구를 예상했는데 운좋게 높은 직구가 왔다. 평소에도 가장 우선적으로 노리는 구질은 직구다"라고 밝혔다. '그거 영업 비밀 아니냐'는 구단 관계자의 농 섞인 질문에 김현수는 "괜찮아요"라며 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배팅 성향이 어느 정도 밝혀졌는 데도 김현수가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전 두산의 배팅 훈련 도중 만난 17년 차 베테랑 장원진(39)은 전성기 시절을 떠올리며 그 이유를 들었다. 장원진은 전성 시절 2번 타순에 서면 현재 김현수와 같은 활약을 보여주며 수비 시프트를 잡을 수 없는 '스프레이 히터'로 명성을 떨쳤다. 장원진은 "나 또한 희생번트 등 작전 수행능력을 펼치는 전형적인 2번타자가 아니었다. 바로 앞에서 정수근(31. 현 롯데 자이언츠), 김민호(39. 현 두산 코치) 등 빠른 주자들이 출루하면 상대 투수들은 변화구 구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자연히 직구 구사율이 높아져 타격이 손쉬웠다"라고 밝혔다. 김현수 또한 도루 능력이 탁월한 이종욱(28)이 출루하면 손쉽게 타격에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테이블 세터들은 1번 타자가 1루에 출루하면 2번 타자는 보내기 번트로 득점권을 만드는 것을 가장 정석적인 모델로 삼아왔고 이를 실천했다. 그러나 두산은 리드 오프가 출루한 후에도 보내기 번트가 아닌 타자 본연의 타격에 맡긴다. 타격 기회를 얻어 30% 가량 안타를 치고 나가도 무서운 타자로 대우받는 야구의 특성 상 이는 단순히 생각해보면 너무나 대범하고도 위험한 전략이다. 그러나 야구는 투수와 타자만이 벌이는 싸움에 그치지 않는다. 누상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주자가 상대 배터리를 흔들면 이는 타자에게도 엄청난 이득이 된다. 여기에 주자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투수는 자신이 가진 70% 가량의 우위를 잊고 위축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는 야구가 단순히 기록과 개인 기량 만으로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멘탈 스포츠'임을 알려주고 있다. 프로 3년생 김현수의 대담함은 자신의 일취월장한 기량에도 이유가 있으나 선행 주자가 되어주는 동료에 대한 믿음도 바탕에 있다. chul@osen.co.kr . . . . . 21일 잠실 두산-한화전 2회말 2사 1,2루서 김현수가 우중월 역전 스리런 홈런을 날린 후 김광수 3루 코치의 환영을 받으며 홈인 하고 있다./잠실=김영민 기자ajyoung@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