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마무리투수들이 달라졌어요. 마무리투수들이 각성하고 있다. 시즌 초반 유례없는 마무리 불신시대를 낳았던 마무리투수들이 최근에야 조금씩 안정감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즌 초반에만 하더라도 흥행을 위해 단체로 담합, 한편의 대하드라마를 집필한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불안한 피칭으로 일관해 애간장을 태웠지만 이제는 단체로 펜대를 꺾고 불을 끄는 소방수로 본업에 충실할 조짐이다. 올해 풀타임 마무리 첫 해를 맞아 사직구장에서만 블론세이브 3개를 저지르며 심각한 불안함을 노출한 임경완은 지난 21일 광주 KIA전 1점차 살얼음 상황에서 구원등판, 2⅔이닝을 퍼펙트로 완벽하게 막고 터프세이브로 감격의 시즌 7세이브째를 따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임경완보다 마무리를 잘 할 수 있는 투수가 있으면 말해 달라. 앞으로도 임경완을 마무리로 기용할 것이다”며 믿음이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음을 알렸다. 임경완도 “감독님께서 계속 믿어주셔서 더 열심히 던지려고 노력 중이다. 코칭스태프 주문대로 앞으로는 더 공격적인 피칭을 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얻고 마무리로서 마인드를 갖춰가고 있다. ‘게임 오버’에서 졸지에 ‘게임 스타트’가 되어버렸던 두산 마무리투수 정재훈도 김경문 감독의 믿음 아래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 22일 잠실 한화전에서 4-3으로 리드한 1점차 긴박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1이닝을 탈삼진 1개 포함해 무실점으로 막고 팀 승리를 지켜냈다. 이틀 전이었던 20일 한화전에서 ⅓이닝 3피안타 2사사구 4실점으로 화끈하게 불질렀던 정재훈은 이날도 다소 불안한 모습이었지만 공 하나하나에 혼신의 힘을 실어 피칭하며 달라진 자세를 보였다. 이날 개인 통산 300승을 달성한 김경문 감독도 “300승보다 마무리 정재훈이 자존심을 세운 것이 더 기쁘다”고 말할 정도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임경완·정재훈과 동반자 아닌 동반자였던 LG 우규민도 지난 21~22일 대구 삼성전에서 1⅔이닝 무실점 퍼펙트로 안정감을 되찾는 피칭을 선보였다. 22일 경기에서는 9회말 1사 1·3루에서 등판해 무실점으로 막고 세이브를 따냈다. 3점차 리드로 긴박한 상황은 아니었지만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등판이었다. LG 김재박 감독도 일찌감치 우규민을 마무리로 못박고 변함없는 믿음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외에도 한화 브래드 토마스가 시즌 초반과 180도 달라진 모습으로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에 도전장을 내던졌다. 우리 히어로즈는 선발투수였던 황두성이 마무리로 전업한 뒤 4경기 연속 무실점 세이브를 거두는 등 세이브 기회에서 완벽하게 막으며 뒷문을 확실히 걸어잠구고 있다. 기존의 오승환(삼성)·정대현(SK)·한기주(KIA)도 불안불안하지만 좀처럼 무너지지 않는 저력으로 명성을 확인시키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마무리 불신시대는 곧 각성시대로 바뀔 분위기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