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오라구장, 선발 투수 무덤된 원인은
OSEN 기자
발행 2008.05.23 09: 59

'육지에서 던질 때랑 너무 다르잖아'. 지난 20일부터 제주 오라구장서 열린 우리 히어로즈-SK전을 지켜 보던 야구관계자들은 선발투수들의 부진에 대해 이런저런 분석을 내놓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라구장에 등판한 선발 투수들이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20일 등판한 히어로즈 김수경(5⅔이닝 3실점)과 SK 김광현(3이닝 4실점)이 그랬고 21일 나온 장원삼(5이닝 6실점)과 채병룡(5이닝 3실점)도 좋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틀 연속 경기는 초반과는 다르게 역전 분위기로 마쳤다. 특히 올 시즌 최장시간(5시간 13분) 연장전 기록을 세운 20일 경기에서는 양팀 모두 시즌 한 경기 최다 볼넷을 허용할 정도로 투수들의 제구가 형편 없었다. 그러자 "마운드가 다른 구장보다 높다", "마운드에서 바라 본 1루와 3루 담장의 각도가 다르다", "1루측 응원소리가 유독 시끄럽게 느껴진다", "포수 뒤쪽 배경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다", "포수가 공을 받을 때 미트의 울림이 덜해 평소보다 어깨에 힘이 들어 갔을 것이다", "해발 고도가 다소 높다" 등 갖가지 추측과 해석이 쏟아졌다. 그러나 정작 선발 투수들은 "이곳 구장의 환경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내가 못 던졌을 뿐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을 뿐이다"고 답해 이런 분분한 의견을 일축했다. 결국 선발 투수들의 부진은 오라구장이 아니라 컨디션 문제라는 것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22일 SK 선발로 나선 송은범은 5이닝 1실점, 시즌 4승을 챙겼다. 스코비는 5이닝 동안 5피안타 5실점(4자책)했지만 올 시즌 보여준 성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에 SK 전력분석팀 김정준 과장과 히어로즈 이순철 코치는 야수들의 움직임에서 그 원인을 찾았다. 김 과장에 따르면 오라구장의 운동장 상태는 야수들에게 부상을 안길 정도로 위험했다. 바닥은 미끄러웠고 펜스는 딱딱해 다른 구장처럼 수비에 나섰다가는 다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또 타구가 워낙 빠른데다 야수들도 적극적인 수비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이 코치 역시 저마다 잔부상을 안고 있는 선수들이 몸을 날리는데 겁을 먹었고 바운드가 높게 튀는 바람에 주지 않아도 될 베이스 진루가 잦아졌다. SK 김성근 감독과 히어로즈 이광환 감독 역시 20일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다칠까봐 걱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3연전 동안 양팀 야수들의 움직임은 불안스러웠다. 넘어질 뻔 하는 장면이 속출했고 적극적인 수비도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양 팀 감독도 경기 후 야수들의 실책이나 소극적인 수비에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일 정도였다. 결국 오라구장은 선발 투수들의 무덤이 아니라 야수들의 무덤이었다. 크게 드러나지 않는 야수들의 소극적인 수비가 투수들의 실점으로 눈에 띄게 부각된 점이 투수들의 부진을 부른 원인인 셈이다. letmeout@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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