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야구로 받은 상처, 야구로 치유해야죠'
OSEN 기자
발행 2008.05.23 10: 54

22일 우리 히어로즈와 SK의 경기가 열린 제주 오라구장. 경기를 앞둔 SK 이만수 수석코치가 한 손에는 방망이, 다른 손에는 매직펜을 든 채 평소보다 바쁘게 덕아웃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코치는 마주치는 선수들을 한 명씩 붙잡고는 "여기 사인 좀 해라"며 들고 있던 방망이와 펜을 불쑥 내밀었다. 평소 사인하는 것에 인색하지 않은 SK 선수들은 군소리 없이 사인에 나섰다. 그러나 평소답지 않은 이 코치의 강압적인 태도에 '무슨 일이지' 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날 오전 이 코치는 아무도 모르게 제주 한라병원의 한 병실을 찾았다. 병실 침대에 누워 있던 환자는 전날 경기 도중 파울 타구를 맞아 '뇌출혈' 증상을 보였다고 알려진 4살짜리(40개월) 야구팬 김동윤 군이었다. 이 코치에 따르면 전날 김 군이 공에 맞는 장면을 보고 자신도 아버지란 점이 마음에 걸렸다. 게다가 혹시나 다친 김 군과 부모가 야구를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함께 들었다. 이 코치는 다소 어색하게 병실을 들어섰다. 하지만 마침 대구 출신으로 이 코치의 얼굴을 알고 있던 김 군의 아버지가 반갑게 맞아줬고 이 코치는 김 군에게 위로의 말과 함께 준비해 간 선물까지 전달할 수 있었다. 다행히 수술을 잘 끝낸 김 군은 바로 의식을 차려 알려진 것처럼 위독한 상태가 아니었다. 걱정했던 뇌출혈 증세는 없었고 두개골이 함몰됐다. 이 코치는 약 먹기를 싫어하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김 군의 아버지와 함께 온동네 장난감 가게를 들르는 정성까지 보여줬다. 경기장에 돌아온 이 코치는 경기에 앞서 김 군이 상태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겼다는 소식을 접한 뒤 김 군에게 줄 선수들의 사인이 담긴 방망이와 공을 잔뜩 챙겼다. 야구관계자에 따르면 이 코치의 정성에 감동한 병원 직원들도 이날 SK를 응원하기 위해 오라구장을 찾아 응원에 나섰다. 제주 한라병원은 '아명아명'이라는 여자야구단을 운영하고 있기도 해 야구와는 각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김 군의 아버지는 이 코치의 정성에 너무나 좋아하고 한편으로는 고마움을 전했다고. 한편 히어로즈 박노준 단장은 곧바로 응급실로 달려가 김 군의 상태를 지켜 본 것으로 알려졌다. 히어로즈 측은 도의상 책임을 다하기로 결정, 김 군의 병원비를 모두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letmeout@osen.co.kr 장남 이하종 씨의 등에 업힌 SK 이만수 수석코치.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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