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7경기 연속출장 이범호 "경기에만 집중"
OSEN 기자
발행 2008.05.24 09: 15

[OSEN=이상학 객원기자] “요즘 선수들은 많이 나약해졌다.” ‘살아있는 연습생 신화’ 한화 장종훈 타격코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과거와 비교할 때 선수들이 신체조건이 좋아지고 여건도 월등히 개선됐지만 예전처럼 끈기가 사라진 것을 아쉬워했다. “요즘 선수들은 자신을 많이 챙기는 편이다. 조금이라도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경기에 빠지려고 한다. FA로 선수들이 자신을 알아서 챙기는 것이 당연시된다. 어쩔 수 없지만, 정신력이 많이 나약해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 장 코치의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그런 장 코치도 이 선수를 보면 그저 푸근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바로 현역 선수를 대표하는 ‘철인’ 이범호(27)다. 이범호는 지난 23일 대전 삼성전에서 선발출장해 연속경기 출장기록을 607경기로 늘렸다. 1982년 3월27일부터 1987년 10월3일까지 606경기에 연속출장한 MBC 김인식을 제치고 이 부문에서 당당히 역대 3위로 이름을 올렸다. 역대 2위는 1989년 9월24일부터 1994년 9월24일까지 622경기에 연속출장한 OB 김형석이고, 1위는 전인미답의 1014경기 연속출장 기록을 갖고 있는 쌍방울·SK 최태원이 1995년 4월16일부터 2002년 9월8일까지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출장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현역은 이범호가 유일하다. 올 시즌 내로 역대 2위 진입이 유력하다. 이범호는 지난 2003년 8월3일 대전 SK전부터 한 경기도 빠지지 않고 경기에 출장 중이다. 연속출장 동안 대부분 수비 부담이 비교적 큰 3루수를 맡았고, 경기 중 교체되는 경우도 많지 않았다. 특히 2004년부터 2007년까지 4년 연속으로 전경기에 출장했다. 철인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4년 연속으로 전경기에 출장한 선수로는 6년 연속 기록을 갖고 있는 최태원·김인식, 4년 연속으로 출장한 김형석·권두조밖에 없다. 이범호는 이미 모두 은퇴한 선수들과 연속출장에서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결정적으로 이범호는 1981년생으로 아직 만 27살밖에 되지 않았다. 이범호는 연속출장에 대해 “특별한 비결은 없다. 한 경기, 한 순간에 집중하다 보니 기록이 쌓인 것이다. 연속출장 순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담담한 표정이었다. 물론 이범호도 나름의 어려운 부분은 있었다. “나도 힘들 때가 없지는 않다. 몸도 정신도 지치고 부상이 올까 두려운 적도 있기는 있었다. 하지만 매경기 집중하다 보면 다 잊게 된다. 선수는 일단 경기에만 집중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오히려 집중하면 부상도 오지 않는다”는 것이 이범호의 말이었다. 장종훈 코치도 이범호의 연속출장 기록을 매우 높이 평가했다. 성실함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장 코치도 현역시절 전경기 출장을 4시즌이나 기록했다. 이는 이범호와 함께 한화 구단 최다기록이다. 장 코치는 “요즘 선수들이 많이 나약해졌는데 (이)범호는 다르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좋다”고 칭찬했다. 하지만 이내 장 코치는 “선수라면 다른 것은 몰라도 일단 경기에 출전하는 것이 가장 큰 기본이다. 특히 (이)범호 같은 경우에는 전경기에 나오면서도 잘해야 하는 선수다. 작년에도 126경기 전경기 출장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결국 연봉이 깎이지 않았나”며 사람 좋게 웃었다. 장 코치는 아직 덜 핀 꽃에 물을 뿌리고 있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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