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득점을 올리며 이긴 KIA 타이거즈나 13점을 뽑고도 진 LG 트윈스 모두 피를 많이 흘렸다. LG가 자랑하는 신인 우완 정찬헌(18)과 KIA의 젊은 에이스 윤석민(21) 중 누가 먼저 쓰러지느냐에 25일 승패의 향방이 갈릴 예정이다. LG와 KIA는 지난 24일 잠실구장서 양팀 도합 투수 14명(KIA-8명, LG-6명)이 동원된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5시간(역대 정규이닝 최장시간 경기)의 대혈투 끝에 KIA가 승리한 이 경기는 반대로 생각하면 투수들이 제 몫을 하지 못하고 소모전을 펼친 경기와 다름없었다. 따라서 25일 경기는 선발로 마운드에 서는 정찬헌과 윤석민의 활약 여부가 관심사다. 올시즌 3승 2패 2홀드 방어율 2.11을 기록 중인 정찬헌은 선발 2경기서 13이닝 동안 단 1점만을 내주며 1승 1패 방어율 0.69로 쾌투를 펼쳤다.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로 제 몫 이상을 충분히 했고 묵직한 직구를 앞세운 담력 또한 눈부셨다. 광주일고 출신으로 KIA의 1차지명 후보이기도 했던 정찬헌은 연고팀을 상대로 2경기 동안 피안타 없이 1승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 15일 잠실 KIA전서 마무리 우규민에 이어 등판했던 정찬헌은 김원섭의 땅볼 타구에 악송구를 저질러 선행 주자 두 명을 불러들이며 팀의 역전패를 자초하는 듯 했으나 상대 마무리 한기주의 '밀어내기 몸에 맞는 볼'로 결승점을 내준 덕분에 시즌 2승 째를 얻는 행운을 맛봤다. 정찬헌의 강점은 묵직한 직구에 있다. LG는 선발 등판 경기서 직구 위주의 과감한 피칭으로 선배 타자들을 돌려세웠던 정찬헌이 다시 한 번 직구를 앞세워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길 바라고 있다. LG는 전날 KIA보다 2명 적은 6명의 투수를 등판시켰지만 불펜서 대기하는 투수가 장진용, 김회권 등 경험이 많지 않은 투수들이라 정찬헌의 활약이 가장 우선시된다. 올시즌 5승 3패 방어율 2.67을 기록 중인 윤석민에 대한 KIA의 기대치는 단지 퀄리티스타트에 지나지 않는다. KIA는 선발 로테이션에도 가담할 수 있는 우완 오준형까지 동원하는 등 8명의 투수를 등판시켰다. 이기긴 했으나 불펜 요원도 모자라 5선발급 투수까지 등판시킨 기회 비용이 꽤 비싼 편이었다. 마무리 한기주도 2이닝 동안 33개의 공을 던지며 무리한 감이 있었다. 윤석민은 지난 4월 16일 LG를 상대로 7이닝 5피안타(탈삼진 4개)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1승을 따냈다. 최고 151km에 달하는 빠른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 구사력에 제구력까지 뛰어난 윤석민은 타선 지원만 뒷받침 되면 손쉽게 승리를 따낼 수 있는 확실한 선발 카드다. 문제는 윤석민 다음을 지킬 투수가 잠수함 유동훈을 제외하고는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24일 경기서 등판한 KIA 투수들 중 투구수 20개 미만을 기록한 투수는 좌완 원포인트 박정태(16구)와 오준형(2구) 뿐이다. 오준형은 선발 대기 예정이라 25일 등판 여부가 불투명해 선택권은 더욱 좁아진다. 1군 엔트리 조정으로 불펜진이 교체될 가능성이 크지만 KIA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윤석민이 7이닝 이상을 확실하게 책임지는 '슈퍼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는 것이다. 25일 마운드에 서는 정찬헌과 윤석민의 어깨에 양팀의 '일년 대계'가 달려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불펜진의 과부하를 막는 일 또한 한 팀의 '일년 농사'를 가늠하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chul@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