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의 신인 우완 정찬헌(18)이 세 번째 선발 등판 경기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무너져내렸다. 정찬헌은 지난 25일 잠실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 등판, 1⅓이닝 6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시즌 3패(3승)째를 당했다. 최고 145km에 달한 묵직한 직구를 앞세운 과감한 피칭은 이전 2경기(1승 1패, 13이닝 6피안타 1실점)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결과는 천지차이였다. 정찬헌은 2회초 이재주에 볼넷, 장성호에 안타를 허용한 후 이현곤의 투수 앞 땅볼 타구에 조급한 모습을 보이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타구를 잡은 뒤 곧바로 2루를 돌아본 뒤 내야수가 없자 곧바로 3루로 송구했고 3루를 태그한 이종렬의 1루 송구가 위로 향하면서 병살에 실패한 것이다. 타구를 잡자마자 정찬헌이 2루를 돌아봤을 때는 분명 야수가 없었다. 그러나 유격수 박용근이 2루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감안해야 했다. 2루수 박경수가 뒤로 향한 것은 백업 플레이를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한 템포 쉬었다가 2루로 던졌더라도 박용근의 송구능력을 감안하면 병살 플레이가 가능했다. 뒤이어 나온 김선빈의 유격수 앞 내야안타로 맞이한 1사 만루 위기서 정찬헌은 차일목을 상대로 바깥쪽에 걸치는 초구 커브(115km)를 던지고자 했다. 그러나 이는 제구가 되지 않으며 폭투로 연결, 3루에 있던 장성호에 불로소득을 안겨주었다. 1점을 폭투로 어이없이 내준 정찬헌은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등 차일목과 대결을 풀카운트까지 몰고 갔으나 마지막 순간 던진 슬라이더(127km)가 낙폭 없이 스트라이크 존 가운데로 밋밋하게 향했다. 차일목은 이를 놓치지 않고 잡아당겨 1타점 좌전 안타를 만들어내며 정찬헌을 급격히 흔들어놓았다. 변화구를 던졌다가 2실점한 정찬헌은 9번 타자 김종국에게 풀카운트서 가운데로 몰린 직구(142km)로 1타점 우중간 적시타를 맞으며 완전히 무너졌다. 직구와 변화구 모두를 구사하는 데 자신감을 잃어버린 정찬헌은 이용규에게도 직구(140km)로 1타점 2루타를 맞으며 0-4로 몰렸다. 그러나 정찬헌은 이종범과 김원섭을 상대하면서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종범을 상대로는 커브 구사력을 조금씩 찾아가며 감을 잡았고 몸쪽 직구(139km)로 아웃 카운트를 늘렸다. 3루에 주자가 있어 희생플라이로 1점을 내주긴 했으나 타자 안쪽에 과감하게 공을 던진 정찬헌의 담력은 좋은 시도였다. 김원섭을 상대로는 낮게 깔린 직구(139km)에 이어 2구 째 각이 좋은 커브(114km)로 유리한 카운트를 이끌어냈다. 3구째 직구가 목표했던 것 보다 조금 위로 향하면서 추가 1실점했으나 정찬헌의 공이 나빴다기 보다는 타격폼이 무너지면서도 힘을 실어 안타를 만든 김원섭의 배팅이 좋았다고 볼 수 있다. 정찬헌이 타이밍을 늦춘 뒤 박용근에 공을 넘겨 좀 더 안전한 병살을 노렸다면 1~2점을 내줬을지 언정 대량실점의 빌미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정찬헌은 지난 3월 29일 SK 와이번스와 가진 개막전 8회 1사 2루서 투수 앞 땅볼 때 곧바로 2루로 송구, 선행 주자 박경완을 아웃시겨 위기를 넘긴 장면을 재현하고자 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정찬헌은 프로 무대를 밟은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신출내기 투수다. 아직도 더 던질 공이 훨씬 많은 그에게 25일 경기는 입에 쓰지만 몸에는 좋은 귀한 약이 되었다. chul@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