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살 에이스' 송진우, 다시 빛나는 위대함
OSEN 기자
발행 2008.05.26 08: 58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25일 대전구장. 한화 김인식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옛 기억을 더듬었다. 프로야구 사상 첫 20년차이자 최고령 선수가 된 송진우(42)와의 인연을 떠올린 것이다. 김 감독은 동국대 사령탑 시절이었던 1984년 세광고 출신 송진우를 직접 스카우트했다. 김 감독은 “그때부터 또래들에 비해 공이 빨랐고 코너워크가 어린 선수답지 않게 일품이었다. 타격에도 센스가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오래 뛸 줄을 몰랐다. 200승은 생각도 못했다”며 추억에 잠겼다. 하지만 송진우는 추억이 아닌 현실에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MBC를 상대로 탈삼진을 잡고도 현역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선수라는 사실은 그가 얼마나 오래 뛰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선동렬도 인정한 송진우 김인식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칭찬에 인색한 삼성 선동렬 감독도 송진우를 인정했다. 인정을 넘어 놀라움을 표했다. 선 감독은 “참 대단하다. 말이 200승이지, 20년간 10승을 해야 한다는 것 아닌가. 한 해 10승을 거두는 선수도 많지 않은데 이걸 20년이나 한 것이다”며 새삼 놀라워했다. 송진우는 2000년대부터 선 감독이 갖고 있던 기록들을 하나하나 갈아치우고 있다. 1.20이라는 게임에서나 나올 법한 방어율만이 유일한 성역으로 남아있다. 이에 대해 선 감독은 “전혀 섭섭하지 않다. 기록에는 영원한 것이 없다. 송진우 같은 선수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200승도 대단하지만 투구이닝도 많이 않은가”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송진우가 보유하고 있는 기록은 책으로 한 권 써내도 모자랄 정도다. 김인식 감독은 “나올 때마다 모두 신기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정리했다. 누적기록으로는 최다승(206승)·투구이닝(2914⅓이닝)·탈삼진(1996개)이 대표적이다. 최다패(147패)도 그간 노력의 부산물이다. 최고령 기록도 다양하다. 25일 대전 삼성전에서 거둔 최고령 선발승(42세3개월9일)을 비롯해 2005년 9월8일 문학 SK전 최고령 완투승·완봉승(39세6개월23일), 2007년 5월31일 사직 롯데전 최고령 세이브(41세3개월15일), 2007년 10월1일 잠실 LG전 최고령 홀드(41세7개월15일) 그리고 2000년 5월18일 최고령 노히트노런(34세3개월2일)도 갖고 있다. 그렇다고 송진우가 20년간 꾸준하게만 활약한 투수는 또 결코 아니었다. 송진우는 지금껏 리그를 지배한 적이 없는 투수로 각인돼 왔다. 하지만 1990년 구원왕(38SP)을 차지한 뒤 1992년에는 사상 첫 다승왕(19승)·구원왕(25SP) 동시석권을 기록했다. 1996년 구대성이 다승왕·구원왕을 동시석권한 두 번째 선수로, 마지막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만 36살이었던 2002년에는 다승(18승)·방어율(2.99) 부문에서 모두 2위에 오르며 당당히 생애 첫 투수 골든글러브까지 꼈다. 골든글러브는 리그 최고 투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2000년대 송진우보다 더 많은 승수를 거둔 투수는 다니엘 리오스와 손민한밖에 없다. 어떻게 다시 부활했나 지난해 송진우는 부진했다. 보직도 선발이 아니라 중간계투였다. 하지만 이유 없는 무덤은 없었다. 2006년 포스트시즌 때부터 도진 팔꿈치 부상으로 개막 엔트리에서 제외된 송진우는 복귀 후에도 허벅지를 다치며 2군으로 다시 떨어지는 등 좀처럼 컨디션을 찾지 못했다. 이즈음 은퇴설도 나왔다. 마침 한화는 마운드 세대교체가 필요한 팀이었다. 하지만 후반기부터 송진우는 중간계투로 활약하며 포스트시즌에서 제 몫을 해냈고, 대표팀 예비 엔트리의 한 자리까지 차지했다. 그리고 올해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올 스프링캠프에서 이를 악물었다. 김인식 감독은 “송진우가 참 열심히 했다. 노장들을 빼라는 사람들은 송진우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뼈있는 한마디를 던졌다. 송진우는 김 감독의 기대대로 올해 화려하게 부활했다. 올 시즌 11경기에 등판, 3승2패 방어율 3.86 WHIP 1.59 피안타율 2할7푼3리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다. 직구 구속은 135km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송진우에게는 돈주고 살 수 없는 관록이라는 것이 있었다. 위기 때 더욱 강해졌고, 느린 볼의 위험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트라이크보다 볼을 효과적으로 던지는데 주력했다. 체인지업·슬라이더는 변함없이 예술적이다. 송진우는 올 시즌 득점권 피안타율이 1할8푼5리밖에 되지 않는다. 위기에서 더욱 집중한 결과였다. 또한, 철저한 코너워크와 낮게 되는 제구로 땅볼을 유도하는데 남다른 능력을 발휘했다. 특히 볼을 쓸데없이 그냥 허비하지 않았다. 올 시즌 송진우는 볼넷이 유독 많아졌다. 볼 비율도 급증가했다. 스트라이크 비율이 54.2%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송진우로서는 어쩔 수 없는 변화였다. “섣불리 가운데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없다. 내 볼은 이제 느리지 않은가. 가운데로 몰리면 장타로 연결 수 있다. 하지만 야구는 스트라이크 하나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는 것이 송진우의 말이다. 송진우는 “최대한 가운데로 몰리지 않게 낮게 던지고 있다. 볼이라고 하더라도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보고 던지면 공이 1~2개 차이로 빠진다. 그럴 때 보통 타자들의 방망이가 나오거나 눈을 현혹시킬 수 있다. 볼이 많아진 것은 굳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관하지도 않다”며 노하우를 설명했다. 살아있는 교본 송진우는 프로 사상 첫 2000탈삼진이 가시권이다. 그러나 삼진을 잡기가 쉽지 않다. 송진우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류)현진이라면 삼진을 잡는데 여유가 있겠지만 이제는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 내 볼은 많이 느리다.” 과거 송진우는 좌완 파이어볼러였다. 송진우 스스로는 “나는 탈삼진을 잡는 투수가 아니라 맞혀잡는 투수”라고 말하지만 9시즌이나 탈삼진 부문 10걸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탈삼진에도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송진우는 굳이 삼진이 아니라도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투수다. 송진우는 “볼이 느리니깐 무턱대고 정면승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철저히 제구와 볼 배합으로 승부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송진우는 한화의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4경기 모두 선발등판해 2승 방어율 1.21 WHIP 1.30 피안타율 2할1푼9리로 특급 피칭을 펼치고 있다. 평균 투구이닝도 5.58이닝이다. 지금 한화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도 송진우다. 송진우는 “사실 내게는 5선발로 영광”이라며 발을 빼고 있지만 “항상 6회까지 던진다는 생각으로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투구수도 120개까지는 괜찮다. 어떤 타자와 맞서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며 뜨거운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지나치게 몸을 사리거나 자신감 없이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몇몇 젊은 투수들과 비교하면 더욱 돋보인다. 김인식 감독은 “젊은 투수들이 송진우를 본받아야 한다. 그 나이에도 저렇게 잘 던진다”고 역설하기까지 했다. 한화의 ‘괴물 에이스’ 류현진은 기술적으로 이미 완성된 선수다. 하지만 여전히 ‘대선배’ 송진우에게는 경외감을 표한다. “기술적인 부분이 아니더라도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이 류현진의 말이다. 그런 류현진에게 송진우도 한마디했다. 류현진의 팔꿈치에 대해 묻자 송진우는 “축구선수가 무릎이 아픈 것처럼 투수들도 늘 팔꿈치에 통증을 안고 다닌다. 하지만 선수의 몸은 본인 스스로가 가장 잘 안다. 코칭스태프에서도 관리를 해주고 있지만, 본인이 얼마나 자신의 상태에 대해 잘 알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팔꿈치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들도 마찬가지다. (류)현진이는 영리하기 때문에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교본’ 송진우의 말을 류현진은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불구하고 군살 하나 없는 몸매는 송진우 롱런의 가장 큰 비결이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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