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할리우드 첫 진출작 '스피드 레이서'가 미국과 한국시장에서는 사실상 흥행 실패를 기록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아직까지 유럽과 일본, 호주 등 빅마켓 개봉을 남겨놓고 있지만 세계 최대 영화시장인 미국에서 저조한 성적을 올린 건 예상 밖의 일이다. 더욱이 한국 영화배우로는 처음으로 비가 제작비 1억2000만 달러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서 조연으로 출연했음에도 국내 팬들조차 '스피드 레이서'를 외면하는 분위기였다. 박스오피스 모조에 따르면 지난 주말 미국 박스오피스 레이스는 새로 개봉한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의 왕국'(이하 '인디아나 존스 4')의 독주로 드러났다. 제작비 1억8500만 달러의 '인디아나 존스 4'는 개봉 첫 주말동안 무려 1억 100만 달러를 벌어들여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제작비 2억 달러의 개봉 2주차 '나니아연대기: 캐스피안 왕자'로 2300만 달러에 누적 수익 9100만 달러였고, 3위는 제작비 1억 4000만 달러의 개봉 4주차 '아이언맨'이 20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아이언맨'은 누적 2억 5200만 달러로 올해 개봉 영화 가운데 최고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에 비해 '매트릭스'의 거장 워쇼스키 형제가 연출한 '스피드 레이스'는 매주 큰 폭의 수익률 하락으로 5위까지 떨어졌다. 개봉 3주차인 이 영화는 지난 주말 400만 달러, 누적 3600만 달러에 그쳤다. 같은 날 개봉한 제작비 3500만 달러의 로맨틱 코미디 '베가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의 5400만 달러 벌이에도 훨씬 못미치는 성적이다. '스피드 레이서'는 제작자 조엘 실버와 워쇼스키 형제 감독의 황금 콤비가 세계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화제작 ‘매트릭스’ 이후 처음 내놓은 작품이다. 이런 대작에 월드스타를 꿈꾸는 비가 출연했으니 그 흥행 결과에 국민적 관심이 쏠렸던 게 당연하다. 그러나 원근법을 무시할 정도의 파격적인 스크린 구도, 스토리 보다는 영상 혁명에 무게중심을 둔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문법, 일본 만화 원작에 대한 지나칠 정도의 오마주와 집착 등은 일반 관객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결과를 낳았다. 거꾸로 실험적인 블록버스타라는 점에서 흥행 결과를 떠나 '스피드 레이서'에 열광하는 한 미 양국의 영화팬들도 상당수다. 결과적으로 비는 '스피드 레이스'의 성공 여부를 떠나 자신의 이름을 세계 영화인들과 영화팬들 사이에 널리 알렸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둔 셈이다. 또 유럽과 일본 시장이 최첨단 영화 테크놀로지 시도에 대해 호의적이란 점에서 '스피드 레이서'의 후반 대역전을 노려볼 가능성이 남아있다. 세계무대를 향해 가시밭길을 헤치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있는 비다. mcgwire@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