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정 변경 피해' 여자배구, 반성도 필요할 때
OSEN 기자
발행 2008.05.27 09: 10

규정이 변경돼 피해를 봤다고는 하지만 동시에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카자흐스탄과 도미니카공화국에 완패당한 경험도 본보기를 삼아야 하지 않을까. 지난 25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경기장에서 끝난 2008 베이징올림픽 여자배구 세계예선전에서 한국은 2승 5패로 올림픽에 4회 연속 진출하는 데 실패했다. 하지만 대회 마지막 경기인 일본과 세르비아 경기가 일본의 2-3 역전패로 끝난 후 돌연 올림픽 티켓 부여 기준이 변경돼 출전국이 바뀌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미 알려져 있던 전체 1위, 아시아 1위, 나머지 상위 2개팀이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상위 3개팀 그리고 아시아 1위가 진출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뀐 것. 결국 전체 4위인 도미니카공화국 대신 상위 3개팀(폴란드, 세르비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1위팀인 5위 카자흐스탄이 나머지 1장의 티켓을 가져갔다. 일본 일간지 산케이신문도 26일 국제배구연맹(FIVB)이 대회 마지막 날인 25일 오후에서야 올림픽 출전 규정이 바뀐 사실을 대회 참가국에 통보해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국대표팀은 변경된 규정을 미리 알았다면 상위 세 팀에 들어갈 전력을 갖추었던 일본을 제외하고 나머지 아시아 국가를 반드시 이기는 전략으로 대회 전부터 준비했을 것이라며 분개하고 있다. 산케이 신문은 "FIVB 홍보 담당자에 따르면 대회 전부터 규정은 변경되어 있었다"며 규정 변경을 제대로 조직위원회와 참가국에 알리지 않은 FIVB가 챔임을 면하기 힘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한국대표팀이 지난 2001년부터 8번 만나 모두 승리를 거뒀던 카자흐스탄에 힘 한 번 못 써보고 세트스코어 0-3으로 패한 부분과 전날 패배에도 불구하고 이기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던 도미니카공화국에 1-3으로 역전패한 점은 반성이 필요하다. 또한 대표팀 소집부터 삐그덕거리며 팬들의 원성을 샀던 구단과 대한배구협회의 반성도 규정 변경에 대한 피해 여부와 상관없이 필요하다. 한송이(도로공사->흥국생명)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챔피언결정전서 맹활약하며 MVP까지 수상한 정대영(GS칼텍스)이 이정철 대표팀 감독의 전화도 받지 않은 채 불참을 선언했고 예선전에 뛰고 싶다던 김연경(흥국생명)은 구단의 만류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으며 황연주(흥국생명) 역시 태릉선수촌에 들어갔지만 구단관계자의 손에 이끌려 무단 이탈하는 등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선수들을 빼고 대회에 참가한 대표팀은 푸에르토리코와 태국을 이기면서 산뜻하게 출발, 4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후 끈기가 사라진 대표팀은 푸에르토리코와 전력이 비슷하거나 약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카자흐스탄과 도미니카공화국에 패하며 팬들을 실망시켰다. 개최국인 일본이 자신들이 유리한 시간대에 경기 시간을 배정하는 바람에 한국은 23일 저녁 일본과 경기 후 24일 오전 11시에 경기를 하면서 카자흐스탄전서 고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기 시간대는 이미 대회 전부터 알고 사항이다. 카자흐스탄전서 발이 떨어지지 않던 대표팀은 다음날 범실을 연발한 도미니카공화국에 맞서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규정이 갑자기 바뀌면서 피해를 본 것이라면 이는 분명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서 중계를 열심히 보고 응원한 팬들을 위해서라도 실망스런 경기 내용에 대한 반성 및 원인 규명도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7rhdw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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