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위기에서 빛을 발한 것은 베테랑의 위력이었다. 그리고 이들의 활약을 돋보이게 한 것은 이제 조금씩 여물어가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었다. 지난 23일부터 열린 문학 롯데전에서 싹쓸이 당한 SK는 27일 광주 KIA전에서 경험과 노련미가 응축된 베테랑의 힘을 통해 9-5로 역전승을 거뒀다. 6회까지 1-4로 뒤질 때만 해도 4연패가 보이는 듯 했다. 만약 패했다면 2위 두산과의 경기차는 2.5차로 좁혀지고 팀의 독주체제 역시 뿌리채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절박한 그 순간 프로 13년차 박재홍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주자를 꽉 채운 상태에서 터진 만루포였다. 승부는 5-4로 뒤집혔고 SK 벤치에서는 다시 승리의 기운이 살아났다. 박재홍은 이 홈런으로 연속 경기 안타 행진을 '24'로 늘린 것은 물론 3할7푼4리의 타율로 타격 선두 자리도 유지했다. 5-4로 리드를 유지하자 가득염이 등판했다. 가득염은 8회 수비에 나서 KIA 이재주에게 동점포를 내줬다. 하지만 앞선 7회를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막은 데 이어 8회 공격에서는 타자로 변신, 프로 데뷔 17년만에 들어선 첫 타석을 좌전안타로 장식했다. 이는 덕아웃에 앉아 있던 팀 동료들에게 승리에 대한 열망을 끓어오르게 만들었다. 이후 조웅천과 정대현이 실점없이 경기를 이끌어가자 대타로 나선 김재현이 볼카운트 2-2에서 우측 담장 넘기는 결승 만루포를 쏘아올렸다. 앞서 연장 10회 1사 후 나온 김원형은 2피안타 1사구 1삼진으로 무실점하며 통산 126승(시즌 4승)째를 올렸다. 맨 마지막은 올 시즌 첫 선을 보인 최상덕이 장식했다. 여기에 SK의 젊은 미래들이 역전의 기운을 조금씩 가져오고 있었다. 4회 박재홍의 홈런 전까지 나주환, 김강민, 박재상의 타격과 주루센스는 상대 투수의 집중력을 분산시켰다. 12회 역시 박정권이 3루타로 포문을 열었고 최정은 몸에 맞는 볼, 김강민은 볼넷을 골라내 김재현의 아치를 더욱 빛나게 했다. 지난 16일 문학 한화전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SK는 13일부터 15일까지 홈에서 열린 두산전을 모두 내줘 3연패에 빠졌다. 그러나 SK는 박재홍의 결승타와 가득염, 조웅천, 정대현으로 이어진 든든한 베테랑 중간투수진의 뒷문걸이로 승리했다. 물론 이진영, 박재상, 정근우라는 훌륭한 젊은 조연이 사이에 있었다. 김성근 감독은 시즌 초반 승승장구 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지난 시즌 초반에는 젊은 선수들이 해줬지만 올 시즌에는 다르다"며 "박재홍, 김재현, 박경완 등 베테랑 선수들이 솔선수범하고 있다"고 틈날 때마다 베테랑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타격에서는 정근우, 김강민, 조동화, 박정권 등이 부진할 때 박재홍, 김재현, 박경완이 이 공백을 훌륭하게 메웠다. 최근 김광현, 채병룡 등 젊은 선발진이 주춤하자 조웅천, 정대현, 김원형, 가득염 등이 잇몸 역할을 해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베테랑의 전력이 곳곳에 배어 있는 SK의 선두질주는 경기력을 통해 성적으로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letmeout@osen.co.kr 박재홍-김재현-가득염-김원형(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