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만 마셔도 살이 찐다?
OSEN 기자
발행 2008.05.28 17: 45

[정지행의 한방 칼럼]어느 느지막한 오후 어떤 여성이 진료를 받기위해 정지행한의원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상담을 위해 자리에 앉자마자 푸념을 늘어놓았다. “ 살빼는 약을 안써본 것이 없어요, 그리고 운동이며, 단식이며 안해본 것도 없구요, 그런데 이런것들을 해보면 처음에는 효과가 있는 듯 하지만 얼마후에는 원상태로 돌아가고 심할때는 체중이 더 늘기도 했어요. 이젠 나이도 서른이 되고 집안에서는 결혼이다 뭐다 스트레스를 주지만 다이어트를 시작할 엄두가 나질 않아요.” 긴 한숨을 내쉬며 차근차근 증상을 말하던 그녀는 결혼문제에 이르자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진찰결과 그녀의 비만은 단순한 비만이 아니라 변비가 원인이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리고 증상도 심해 비만치료보다는 변비치료가 더 큰 문제였다. 그녀가 심한 변비를 앓아온 것은 사회 초년병때부터, 학생시절에도 변비에 걸린것이 있었지만 활동량이 많아서인지 그다지 우려할 상황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변비약을 먹으면 없어지겠지 하며 변비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그런대 2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변비가 더욱 심해졌다. 처음엔 하루에 한두알 정도만 먹어도 효과가 있는듯 싶었으나 점점 아무리 많은양을 먹게 되었고, 약을 많이 복용해도 좀처럼 시원한 변을 볼 수 없었다. 이렇게 변비약이 늘어나 이제는 거의 한주먹정도를 먹어야 변을 보게 되었다. 그나마도 요즘은 약을 먹어도 밤새도록 배만 아프고 잠만 설칠 뿐 정작 변은 제대로 보지도 못했다. 변을 봐도 이건 변이 아니라 소변처럼 찔끔거렸고, 심할 때는 물변 가운데 알약이 섞여 나오기 따지 했다. 그나마 이 변비약을 거르면 출근을 못할 정도로 얼굴이 부어 이뇨제까지 복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더욱 기막히게 한 것은 변비가 심해지면서 어깨가 심하게 결리고 살까지 찌기 시작한 것이다. 변을 제대로 볼 수 없어 먹는 것도 극히 자제했는데 조금씩 붓기 시작한 것이 얼마 안가서는 살로 변해버린 것이다. 사태가 여기까지 이르자 그녀는 정상적인 생활을 지속하지 못했다. 30세가 되었는데도 결혼생각은 못했고, 속사정을 모르는 집안식구들은 그녀를 뚱뚱한 노처녀 구박덩이로 몰아붙였다. 이 여성처럼 변비가 심해져 비만으로 발전하는 경우는 흔히 나타날 수 있다. 막힌 하수구를 뚫어주지 않았다고 가정해 보자. 꽉 막힌 하수구가 결국엔 어떻게 될까? 흔히 3쾌(快)라고 하여 쾌변(快便), 쾌식(快食), 쾌면(快眠)이 자연스러워야 신진대사도 원활하게 이루어 지고, 기혈순환도 잘 돼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다. 이 여성의 비만치료를 위해 먼저 변비치료부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장세척을 하고 변비에 좋은 한약을 처방하였다. 그리고 몸이 울체된 것을 풀어주고, 순환을 위해 부항요법과 약침요법을 시행하였다. 그리고 살이 찌면서 특히 군살이 많아진 복부에 침을 놓아 지방분해를 해 나갔다. 이런 치료를 받은지 약 2달 반 정도가 지나자 그녀의 몸은 확실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첫 진료당시에는 무려 67kg이나 나가던 몸무게가 치료후에는 51kg으로 크게 줄었고, 변비약과 이뇨제를 완전히 끊었는데도 변을 보는데 불편함이 없게 되었다. 또한 예전엔 소량의 식사만 해도 붓고 찌던 몸이 이제는 정상적인 식사를 해도 체중이 늘지 않는 쾌감(?)을 느낄 정도가 되었다. 당연히 살찌는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피부또한 맑아졌을 정도이며 편안한 미소에 걸음걸이마져 가벼워졌다. 얼마 전 마지막 치료를 위해 한의원에 들른 그녀는 “새로태어난 느낌”이라고 말하고, “이제 미모(?)도 갖추었으니 본격적으로 신랑감 찾기에 나서야 겠다” 밝게 웃었다. [글 : 정지행한의원 정지행 원장, 한의학 박사] [OSEN=생활경제팀]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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