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부르크하우젠(독일), 이건 특파원] 역시 히딩크 감독은 '여우' 였다. 월드컵과 유로, 챔피언스리그 등 무수한 대회를 치르며 노련미를 쌓은 명장에게 외국 기자들은 '식은 죽'이었을 뿐이었다. 29일(한국시간) 새벽 열린 세르비아와 평가전 후 기자회견장에는 히딩크 감독을 기다리는 취재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러시아 기자들은 물론 같은 조에 속한 스페인이나 그리스, 스웨덴 기자들이 많기는 했지만 극성맞은 영국의 기자들도 눈에 띄었다. 이들은 히딩크 감독의 입에서 첼시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극성맞은 영국 기자들의 속셈을 모를 리 없는 히딩크 감독은 '속전속결' 을 선택했다. 경기가 끝나고 10분 만에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히딩크 감독은 지금 시간이 별로 없다고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인터뷰를 하겠다고 한 것. 그리고 질문은 두 가지만 해달라는 특별 주문을 잊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의 발빠른 선제 공격에 영국 기자들은 머뭇거렸다. 이때 경기 주최측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자리에 앉을 것을 청했다. 히딩크 감독은 못 이기는 척하면서 자리에 앉은 후 "지금 시간이 별로 없다. 오늘 경기에 대해서만 질문해달라" 고 자신이 인터뷰를 주도해나갔다. 그러면서 그는 "영어든 독어든 아무거나 상관없다" 고 여유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선제 공격에 김이 새버릴 대로 새버린 영국 기자들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독일과 러시아 기자들의 경기에 대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만 오갔을 뿐이었다. 이 해프닝을 통해 만에 하나 히딩크 감독이 영국 무대를 밟게 된더라도 극성맞고 오만한 영국 언론에 기자회견에서도 여유있는 승리를 거둘 것으로 확신할 수 있었다. bbadagun@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