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후 일일드라마를 보고 난 후 미니시리즈로 채널을 돌렸다. “어? 아까 일일드라마에서 나왔던 탤런트가 또 나오네?” 평소 드라마를 즐겨본다는 한 시청자의 말이다. 드라마 마니아라면 연기자들의 겹치기 출연을 눈치채는 일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다른 드라마 속 다른 캐릭터, 다른 드라마 속 같은 캐릭터, 영화와 드라마 동시 출연 등 종류도 가지각색인 연기자들의 겹치기 출연을 짚어봤다. 다른 드라마 다른 캐릭터로 겹치기 출연 탤런트 김빈우는 지난 22일 종영한 KBS 2TV ‘아빠 셋 엄마 하나’와 KBS 2TV 아침드라마 ‘난 네게 반했어’에 겹치기 출연했다. ‘아빠 셋 엄마 하나’에서 김빈우는 증권가 큰 손의 외동딸로 등장해 도도하고 버릇없는 큐레이터의 모습을 보여줬고, ‘난 네게 반했어’에서는 힘들게 세탁소를 운영하며 착한 성품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 색다른 모습을 연기했다. MBC 일일극 ‘춘자네 경사났네’에서 첫 주연을 맡은 탤런트 주상욱 역시 KBS 2TV ‘아빠 셋 엄마 하나’에서 주인공 나영(유진 분)을 사랑하는 찬영 역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바 있다. KBS 2TV 28일 첫 방송된 새 수목드라마 ‘태양의 여자’에서 탤런트 정겨운은 항상 씩씩하고 밝은 성격의 태권도 사범 차동우 역을 맡았고, MBC 주말드라마 ‘달콤한 인생’에서는 미스터리하고 광기어린 강성구 역을 맡아 두 드라마에서 상반되는 역할로 극과 극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억울하게 오해 받는 사전제작 드라마와 다른 드라마 겹치기 출연 MBC 일일극 ‘춘자가 경사났네’에서 티없이 맑고 순수한 연분홍 역으로 활약중인 탤런트 서지혜는 지난 27일 종영한 SBS 월화드라마 ‘사랑해’와 겹치기 출연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낳았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사랑해’는 100% 사전 제작된 드라마로 방송 시기만 겹쳤을 뿐 엄연히 따지만 겹치기 출연이라고는 할 수 없다. 서지혜는 또 두 드라마 모두에서 미혼모 역할을 맡아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남기기도 했다. 사전 제작된 드라마로 인해 겹치기 의혹을 받는 배우가 또 있다. OCN TV 무비 ‘과거를 묻지 마세요’와 SBS 금요드라마 ‘우리집에 왜왔니’에 출연 중인 탤런트 김승수다. ‘과거를 묻지 마세요’가 사전 제작 드라마로 서지혜의 경우와 같이 공교롭게 두 드라마의 방영 시기가 맞물려 겹치기 출연으로 오해 받은 경우이다. 중견 배우들의 이유 있는 겹치기 출연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탤런트 이덕화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KBS 1TV ‘대조영’ 이후 잠시 휴식기를 가진 이덕화는 현재 KBS 2TV 월화드라마 ‘강적들’에서 대통령으로, SBS 일일극 ‘애자 언니 민자’에서는 애자(이응경 분) 남편 한범만 역으로 겹치기 출연 중이다. 정애리는 KBS 1TV 일일극 ‘너는 내 운명’에서는 가족들에게 헌신적이며 죽은 딸을 끔직하게 여기는 영숙으로, KBS 2TV 수목드라마 ‘태양의 여자’에서는 도영(김지수 분)의 새엄마로 친딸이 아닌 도영에게 애정이 없는 차가운 여자로 변신해 두 드라마를 넘나들고 있다. 이 밖에도 김갑수 견미리 윤여정 김혜옥 김해숙 이정길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중년 배우들의 겹치기 출연은 눈에 띄게 늘었다. 이것은 주인공보다 중년 연기자의 캐스팅이 더 어려운 드라마 제작 사정의 폐해로 당분간은 이러한 현상이 불가피하다. 결국 드라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중년 연기자들의 겹치기 출연이 잦아지면서 비슷한 연기로 인해 드라마의 내용을 헛갈리게 한다는 비판적인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중년 연기자들의 겹치기 출연은 인기와 몸값에 따라 움직이는 신세대 연기자들의 겹치기 출연과는 달리 배우의 역할과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 연출로 인정받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드라마와 영화로 겹치기 출연 MBC 수목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 사회부 기자 서우진 역으로 열연을 펼치고 있는 탤런트 손예진은 현재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와 드라마 촬영을 병행하고 있다. 손예진은 “원칙적으로 겹치기 출연은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데 ‘스포트라이트’ 대본을 읽고 드라마를 포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또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영화와 드라마 겹치기 출연에 대한 체력적, 시간적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다. 김선아는 6월 5일 개봉하는 영화 ‘걸스카우트’에서 곗돈을 떼인 봉천 3동의 주민으로, MBC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에서는 문화재를 관리하는 노처녀로 분해 영화와 브라운관에서 동시에 컴백할 예정이다. 김선아의 경우는 영화 촬영이 끝난 후 드라마 촬영을 시작했고 김선아가 출연한 드라마와 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시청자들을 찾게 되어 시기가 중복되는 경우이다. 자의든 타의든 아니면 우연이든 간에 연기자들의 겹치기 출연은 연기자들에게 독이 될 수도, 혹은 약이 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촬영에 임해야 하며, 다른 작품에서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확실한 차별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무리한 겹치기 출연은 자신의 출연하는 작품이나 스스로의 연기 완성도를 떨어뜨리기 쉽다. 인기나 출연료가 작품에 대한 배우의 열정을 앞서가서는 안될 일이다. 이곳 저곳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연기자들이 맡은 작품에서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ricky337@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