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가 이래저래 화제다. 현실에서는 인기 아나운서들이 속속 방송국을 떠나고 있고 드라마속 아나운서는 주인공의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아나운서라는 직업군에 쏠린 관심이 이 두 가지 상반된 양상을 만들어 내고 있다. 현실 생활 속의 아나운서들은 줄줄이 방송국을 떠나고 있다. ‘스타골든벨’을 진행하던 KBS 박지윤 아나운서가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27일에는 최송현 아나운서도 사직서를 던졌다. 프리랜서를 선언하느냐 아니냐의 차이는 있지만 인기 아나운서들의 탈방송국 움직임은 방송사를 가릴 것 없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개중에는 계약상의 이익을 좇아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위해 사표를 쓰는 경우도 있고 결혼을 위해, 때로는 아나운서로 일하는 것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아 떠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움직임을 보며 혹자는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자리를…”이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한다. 반면 드라마 속에서는 여주인공의 직업이 아나운서인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28일 첫 방송된 KBS 2TV ‘태양의 여자’에서 주인공 김지수의 직업이 아나운서이다. MBC TV 일일드라마 ‘춘자네 경사났네’ 속의 한다민도 마찬가지로 아나운서이다. 재작년에 방송된 SBS TV 주말극장 ‘하늘이시여’의 왕빛나도 아나운서였다. 드라마에서 그려지는 아나운서의 외면적인 모습도 실제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청순하고 단아하며 세련되고 영리하다. 그렇다면 드라마속 아나운서들의 세계에서는 방송국에 사표를 던지게 되는 현실이 제대로 그려질까. 일단은 지금의 드라마에서 방송국 내부의 복잡한 사정이 다뤄지기를 기대하기는 난망해 보인다. 주인공의 직업으로 아나운서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방송사의 아나운서 세계를 그리는 드라마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들의 인간적인 이면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듯하다. ‘태양의 여자’ 속의 김지수는 한국 최고의 인기 아나운서이기는 하지만 커다란 비밀을 안고 사는 여자다. 남들 앞에서 항상 당당하고 화려해지기 위해 숨겨야 했던 과거의 덩어리가 너무 크다. ‘춘자네 경사났네’ 속의 한다민도 지금은 모든 게 순탄한 새내기 아나운서지만 서지혜 주상욱과 더불어 삼각관계를 그리기 시작하면 또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알 수 없다. 단순히 ‘선망의 직업’ ‘인기인’으로만 아나운서를 바라볼 게 아니라 그들이 왜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방송국을 떠나야 하는 지, 직업인과 방송인, 인기인과 생활인 사이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 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인 듯하다. 드라마에서부터 말이다. 100c@osen.co.kr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송현 박지윤 아나운서와 연기자 한다민 김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