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준의 e스포츠 엿보기] 떠나는 사람과 남는 사람들
OSEN 기자
발행 2008.05.31 08: 02

2007년 e스포츠를 돌이켜보면 그야말로 사방에서 한국e스포츠협회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였다. 프로게임단과 업계 관계자, 심지어 언론까지 모두 다 똘똘 뭉쳐서 e스포츠 10년 대계를 위한 길을 열자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2008년은 기분 좋지 못한 출발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저기서 전체 판이 흔들린다는 루머가 나왔고, 결국 공군 해체설과 한빛 스타즈 매각 등 우울한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한국e스포츠협회도 힘을 충분히 받았던 2007년과 달리 2008년은 힘을 모으지 못하고 여기저기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28일 제훈호 상근이사가 사임을 발표하는 사태까지 맞았다. 지난 2005년 2기 한국e스포츠협회 출범부터 상근이사직을 3년간 수행해 온 제 이사는 한국e스포츠 발전을 위해 국내외적으로 많은 공헌을 했지만, 임기 말미 e스포츠인의 역량을 한 곳으로 모으는데 실패하며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제훈호 이사는 "e스포츠는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분야이며, 현재 협회 시스템과 내부인력들이 앞으로 많은 일을 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사임의 변을 밝혔지만 e스포츠 관계자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아니 무관심하다고 표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훈호 이사가 e스포츠서 차지했던 비중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상근이사라는 요직을 맡고 있는 이가 나간 중대한 사안을 두고 일부 관계자들은 "나가셨나 보네요"라며 차가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은 "제 이사가 3년간 공헌한 바를 인정한다. 그러나 여러가지 현안에 대한 답을 내놓지 못한 상황서 사임을 결정한 것은 옳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즉 제 이사가는 물러나는 모양새지만 그가 추진했던 e스포츠 중계권, 대외 사업 부분과 국산 e스포츠 활성화 등 많은 현안들서 잡음이 터지고 있다. 특히 제 이사가 강력하게 추진했던 e스포츠 중계권 문제에 대해서는 갈등이 불거질 정도. 남아있는 사람들 역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쉽게 얘기해서 상근이사직을 수행했던 제 이사는 물러나지만 미해결 현안이 많은 상황서 남아있는 관계자들의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예로 중계권료의 경우 3년간 협회가 IEG에 중계권 판매를 위임하면서 책정했던 17억 원의 판매금액이 프로게임단에 돌아온 것이 있냐는 것이다.
첫해 5억 원, 이듬해 5억 원, 마지막해 7억 원으로 3년간 책정했던 중계권료 중 2007년 한국e스포츠협회가 받은 금액은 5억 원. 만약 중계권 사업자인 IEG가 5억 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는 협회와 상의를 하는게 맞는 구조지만, 현재 이것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2007년 협회가 받은 중계권료가 5억 원 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중계권료의 용처는 물론 구경도 하지 못했다"고 강하게 비판을 했다. 이어 그는 "거기에 대한 책임있는 답변을 듣고 싶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그 동안 제이사가 고생을 많이 하셨다. 앞으로 새로 오시는 이사분은 답답하게 쌓여있던 현안을 해결하면서 협회의 이미지 쐐신을 시켰으면 좋겠다. 현 협회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협회 전체의 문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사천리로 힘있게 과제를 수행하던 2007년에 비해 2008년의 경우 각 이사사들의 반목이 심해지고 있는 상황서 중심축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상근이사 퇴진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건실하게 성장해 온 e스포츠가 '위기론'이 나오고 있는 이유는 한국e스포츠협회가 중심적인 역할을 못한 점이 크기 때문이라는 것. 곧 한국e스포츠협회서 실무적으로 수장이라고 할 수 있는 제 이사가 힘을 분산시켰다라는 지적인 것이다.
물론 훌륭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공로를 세운 것은 칭찬해야 하고 본받아야 한다. 그러나 근래들어 삐그덕거린 e스포츠가 제자리를 찾아야 하고 세계화에 따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제이사가 물러나가로 하면서 또 한 번의 도약을 꿈꾸는 KeSPA는 소신있게 개혁 작업을 벌일 인물을 과감히 받아들여 바로세우기에 나서야 한다.
OSEN 고용준 기자 scrappe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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