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지도 못 하는데 제가 나가도 될까요". SK-삼성전이 열리기 전 지난 30일 대구구장. 케이블 방송 스포츠 채널 Xports의 인터뷰 요청을 받은 최형우(25, 삼성)는 다소 망설이는 듯 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최형우의 얼굴 속에 부끄러운 모습이 역력했다. 그동안 플래툰 시스템을 강하게 적용받았던 최형우는 SK 좌완 이승호(27)의 선발 등판에도 불구하고 최근 5경기에서 타율 4할5푼5리(11타수 5안타)로 타격감이 좋고 SK전에서 3할6푼8리(19타수 7안타)로 강한 면모를 보여 우익수 겸 8번 타자로 선발 라인업에 포함됐다. 최형우는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 약하다'는 야구계의 속설을 비웃는듯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 맹타를 휘둘렀다. 특히 결정적인 찬스마다 적시타를 터트린 승리의 주역. 0-2로 뒤진 삼성의 1회말 공격. 채태인의 좌전 적시타와 박진만의 밀어내기 볼넷으로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린 뒤 2사 만루서 첫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선발 이승호와 풀 카운트 접전 끝에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작렬했다. 4-2로 앞선 5회 채태인의 내야 안타, 진갑용의 볼넷으로 만든 1사 1,2루서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좌완 정우람을 상대로 중전 안타를 뽑아내며 2루 주자 채태인을 홈으로 불러 들였다. 6-6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한 7회 선두 타자로 나선 최형우는 SK 다섯 번째 투수 가득염과 볼 카운트 2-2에서 내야 안타로 1루를 밟은 뒤 김재걸의 희생 번트로 2루까지 진루했다. 허승민의 행운의 내야 안타로 3루에 안착한 최형우는 SK 투수 조영민의 폭투로 홈인, 결승점을 올렸다. 경기 전 워밍업할 때까지 선발 라인업에 포함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던 최형우는 이날 맹타를 휘두르며 플래툰 시스템이라는 장벽을 넘었다. 최형우는 "왼손 투수라고 가리지 않고 다 칠 수 있다"고 강조한 뒤 "어제(29일) 3안타를 치기 전까지 타격감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중견수 방향으로 타구를 날리겠다는 마음으로 힘 빼고 휘둘렀다"고 설명했다. SK와의 상대 전적이 뛰어난 것에 대해 "SK전에는 왼손 투수가 나오더라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거나 경기 도중 교체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