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스럽지 않은 추승우 '이제는 한화 엔돌핀'
OSEN 기자
발행 2008.05.31 08: 17

[OSEN=이상학 객원기자] 매년 가을이면 많은 선수들이 정리대상이 된다. 모델 같은 몸매를 자랑하는 추승우(29)도 그 대상 중 하나였다. 플레이오프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15일 추승우는 LG로부터 방출 통보를 받았다. 당시 함께 방출된 선수가 마해영과 진필중이었다. 방출될 때에도 추승우는 주변인이었다. 그렇게 야구를 접는가 싶었다. 하지만 플레이오프가 끝나고 추승우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한화 김인식 감독이었다. 재활의 제왕은 그렇게 추승우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한화 유니폼을 입혔다. 그 때 그 추승우가 일을 내고 있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주목할 수밖에 없는 그라운드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았다. 추승우는 올 시즌 46경기에 출장했다. 지난해까지 통산 1군 경기출장수가 딱 50경기였다. 올해 반년도 지나지 않아 지난 4년간 기록을 넘을 기세다. 단순히 대주자·대수비로 출장경기수를 늘린 것도 아니다. 당당히 주전으로 우수한 성적을 마크하고 있다. 104타수 31안타로 타율 2할9푼8리로 3할에 근접했으며 도루를 8개나 기록할 정도로 준족을 자랑하고 있다. 득점도 18점으로 팀 내 5위. 생애 첫 풀타임 주전이 된 추승우지만 지친 기색은 어디에도 없다. 추승우는 “전혀 지치지 않았다. 첫 주전이지만 즐겁게 경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고비가 없지는 않았다. 시즌 초반 반짝 활약을 펼쳤지만, 4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한 달가량 삼진 퍼레이드를 펼쳤다. 그냥 잠깐 스쳐가는 반짝 선수가 되는가 싶었다. 하지만 추승우는 달랐다. 비결은 타격폼의 미세한 변화였다. 추승우는 “장종훈 타격코치님과 상의해 타격폼에 약간의 변화를 주었다. 특히 변화구 대처능력을 보완하는데 집중했다”고 이를 설명했다. 최근 10경기에서 추승우는 35타수 15안타로 타율 4할2푼9리의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확실히 말뚝박았다. 원래 내야수였고 한화 이적 후 스프링캠프에서도 내야훈련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시범경기 때부터 외야수로 포지션을 이동, 이제는 적응을 사실상 완료했다. 불과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우 놀라운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김인식 감독도 “외야 전향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만족해 했다. 추승우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외야가 낯설지 않다”고 말했다. 프로선수라면 주어진 환경에 최대한 적응해야 하는 법이다. 물론 추승우도 LG 시절에는 주어진 환경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LG는 추승우를 중장거리형 3루수로 키울 작정이었다. 그러나 짧게 끊어치는 타격으로 빠른 발을 살리는 추승우에게는 맞지 않았다. 한화는 추승우의 스타일을 최대한 살리고 있다. 추승우도 매우 만족하고 있다. “내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최대한 많이 달리고 훔쳐야 한다. 타격도 큰 것보다 정확하게 끊어치고 출루하거나 상대를 흔드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 추승우의 말. 그동안 한화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센스 넘치는 테이블세터다. 게다가 승부근성까지 갖췄다. 추승우는 “아무래도 LG만큼은 꼭 이기고 싶다”며 자신을 버린 팀에 지지 않겠다는 승부근성도 보였다. 지난 30일 청주 LG전에서 추승우는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LG를 무너뜨리는데 앞장섰다. 전혀 한화스럽지 않은 추승우는 빠르게 한화에 동화되고 있다. 본의 아니게 몸개그를 한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말 김태균을 대신해 우익수에서 1루수로 자리를 옮긴 추승우는 1사 후 전상렬의 2루쪽 타구에 난데없이 다이빙캐치를 시도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1.5루수의 등장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당시 2루수였던 한상훈은 “야구를 하면서 그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추)승우가 1루는 어색해 그런 것”이라고 두둔했다. 하지만 추승우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2루쪽에 치우쳐 있었는데 나도 모르게 몸을 내던졌다. 본능적이었다. 처음에는 당황했는데 팬들이 좋게 봐주셔서 정말 다행이고 또 감사하다”고 웃어보였다. 이제 추승우는 진짜 한화맨이다.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