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림, 날 위해 홈런 하나 날려줘". 두 경기만에 홈런포를 가동한 '강림신' 카림 가르시아(33)가 덕아웃에 앉아 있던 누군가를 가리켰다. 바로 투수 나승현(21)이었다. 가르시아는 30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전 4회 무사 1루에서 상대 좌완 선발 마일영으로부터 120m짜리 중월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홈런 1위 강림신의 시즌 15번째 홈런. 5월에만 8번째 홈런이다. 가르시아는 타점 부문에서도 44점으로 팀 동료 이대호(43점)를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비록 지긴 했지만 1-2로 끌려가던 상황을 3-2로 반전시킨 역전포였다. 덕아웃에서 나승현이 이 홈런을 누구보다 반겼다. 나승현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외야에서 복근 강화 훈련에 집중하다 가르시아가 친 타구에 왼쪽 뒷통수를 맞았다. 바운드 없이 정통으로 맞는 바람에 피까지 살짝 비쳤나왔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다행히 병원으로 갈 정도는 아니었다. 가르시아는 선수대기실에서 아이싱을 한채 누워있던 나승현을 찾았다. 호탕하게 웃으며 "괜찮냐"고 기세 좋게 물었지만 미안한 듯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자 나승현은 "내 머리가 단단해서 괜찮다"며 오히려 11살이나 많은 가르시아를 안심시킨 후 "카림, 오늘은 날 위해 홈런을 쳐달라"고 부탁했다. 방금 전까지 "아프면 경기에 나갈 수 없는데"라며 걱정하던 표정은 온데 간데 없어졌다. 이에 가르시아는 걸걸한 목소리로 활짝 웃으며 "걱정마라. 오늘 홈런은 널 위한 것"이라면서 나승현과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이날 롯데는 연패로 상승세가 한풀 꺾였다. 그러나 프로 3년차 나승현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가르시아를 더욱 신뢰할 수 있었고 가르시아 역시 11년 어린 조카뻘 후배의 배짱 넘치는 기개를 통해 롯데라는 팀의 매력을 다시 한 번 느꼈다. letmeout@osen.co.kr 가르시아-나승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