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호가 31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요르단과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3조 3차전에서 2-2로 비기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로써 허정무호는 죽음의 4연전을 불안하게 출발했다. 비록 후반 들어 두 골을 내리 내주며 비겼지만, 후반 중반까지 허정무호는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했다. 허정무호가 13개의 슈팅을 기록하는 동안 요르단에 단 한 개의 슈팅도 허용하지 않은 것이 바로 그 증거. 그리고 그 중심에는 온갖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고, 허정무호의 중원을 책임진 숨은 일꾼 조원희(25, 수원)가 있었다. 허정무호 1기부터 꾸준히 대표팀에 소집된 조원희는 칠레전을 시작으로 대표팀이 치른 6경기 중 5번의 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허정무호에서 조원희 이상의 신뢰를 받은 선수는 '주장' 김남일에 불과하다. 그러나 김남일도 경기 도중 여러 차례 교체된 것에 비해 조원희는 모든 경기에서 풀타임으로 활약하며 허정무 감독의 사랑을 받았다. 사실 조원희에게 수비형 미드필더란 보직은 그리 익숙한 자리가 아니다. 잘 알려졌다 시피 조원희는 대표팀서 오른쪽 풀백으로 활약하던 선수였다. 국가대표 데뷔전(2005년 10월 12일 이란전)에서 보여준 이른바 '쓰리 쿠션 골'은 당시 조원희 활약을 떠올리게 만드는 매개체다. 그러나 소속팀에 또 다른 국가대표급 풀백 송종국이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소속팀의 요구에 따라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조원희는 '제 2의 진공청소기'로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그의 이런 활약은 대표팀으로 이어졌다. 조원희는 대표팀에서 '원조 진공청소기' 김남일과 함께 중원을 장악하며 상대를 제압했고, 이는 허정무호가 동아시아선수권 우승을 거뒀을 뿐만 아니라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무패행진을 달릴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미드필더로 공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은 아직 부족하지만, 활발한 움직임과 중원 장악력 만큼은 아시아 최고라는 평가다. 조원희의 약점으로 지적받던 볼 배급 능력은 안정환, 김두현과 조합을 맞추며 더 탄탄해졌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요르단전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허정무호는 좌우 측면 풀백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포백을 구사한다. 측면 공격력은 강하지만 그만큼 빈 공간도 많은 편이다. 조원희는 허정무호의 이런 약점을 커버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후반 10분 김용대 골키퍼의 실책을 완벽하게 메운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여기에 조원희는 후반 1분 페널티킥을 유도하며 팀의 상승세에 일조했다. 이날 무승부로 허정무호는 뭔가 아쉽다는 느낌을 남겼다. 바로 역습 상황에서 너무 쉽게 찬스를 내줬다는 것이다. 이는 조원희에게 남겨진 마지막 숙제일 수도 있다. 정상급의 미드필더로 성장한 조원희가 한 단계 발전한다면 죽음의 4연전을 시작한 허정무호의 최종 예선 진출도 손쉬워질 전망이다. stylelomo@osen.co.kr 후반 조원희가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있다./상암=손용호 기자spjj@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