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강이 헤이해진 것일까 아니면 자신감이 충만했던 것일까.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지난 5월 31일 저녁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3조 요르단과 3차전에서 박지성과 박주영의 두 골을 지키지 못하고 2-2로 비겼다. 죽음의 4연전을 불안하게 출발한 한국은 조2위까지 최종예선 진출권이 주어지는 3차예선 절반을 치른 현재 1승 2무를 기록했고 2위 북한은 오는 3일 오후 9시 투르크메니스탄과 원정경기로 3차전을 갖는다. 대표팀은 설기현(29, 풀햄)을 제외한 해외파가 모두 출전해 승리를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했지만 결국 후반 집중력 부재로 인해 2골을 내주고 말았다. 요르단전 후 경기장을 빠져 나가던 대표 선수들의 얼굴은 모두 굳어 보였다. 특히 주장 김남일(31, 빗셀 고베)를 비롯해 주전 선수들은 어깨에 큰 짐이 씌운 듯한 모습이었다. 김남일은 경기 후 "3경기가 더 남았기 때문에 큰 걱정하지 않는다"며 주장 답게 자신감을 보였냈지만 "선수들의 마음이 풀어졌다. 정신적인 면에서 흔들린 것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박지성(27,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무승부에 대해 "원정이 더욱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얼마나 집중을 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집중력 부재에 대해 꼬집었다. 김남일과 박지성 외에도 대부분의 선수들은 정신력 부족이 무승부의 가장 큰 원인이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허정무 감독도 "선수들이 방심한 것도 있고 체력적인 저하도 있어 쉽게 실점하며 문제가 됐다.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나오면서 허무하게 골을 내줬다"며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했다. 지난달 28일 첫 소집서 가진 고양 국민은행과 연습경기서도 일부 선수들이 안이한 플레이를 보여 조직력도 부족한 가운데 정신력마저 흔들리고 있음을 예고했다. 특히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상대의 역습에 의해 득점을 내주는 모습은 판박이처럼 닮아 있었다. 결국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선수단 전체가 요르단과 3차전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허정무 호가 남은 3경기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지 주목된다. 10bird@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