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쇠' 마정길의 조용한 재기
OSEN 기자
발행 2008.06.02 11: 50

[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 2002년 한화에는 눈에 띄지 않았지만 속이 꽉 찬 대졸신인이 하나 들어왔다. 단국대 출신 잠수함 투수 마정길(29)이 그 주인공이었다. 데뷔 첫 해부터 마정길은 이광환 감독의 신임아래 불펜 핵심으로 활약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활약을 펼쳤다. 당시 마정길은 얕았던 한화 마운드에서 불펜의 주력으로 활약했다. 59경기에서 60이닝을 던졌다. 2승5패6세이브6홀드 방어율 5.40으로 활약했다. 당시 김진우·조용준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분명 의미있는 성적이었다. 2년차가 된 2003년에도 마정길은 63경기에서 68⅔이닝을 소화, 3승2패2세이브8홀드 방어율 4.06으로 데뷔 첫 해보다 더 나은 활약을 했다. 경기수에서 나타나듯 많은 경기에 등판하는 마당쇠 역할에 충실했다. 그러나 2004년을 끝으로 마정길은 자취를 감췄다. 젊은 투수들에게 자리를 잃었고 병역비리에도 연루돼 한동안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한화에 몇 안 되는 잠수함 투수로 희소가치가 있었지만 그만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2년간의 공백기를 가지고 지난해 다시 복귀했지만,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내야 했다. 성적도 1패 1홀드 방어율 4.50. 마정길은 “지난해는 군제대 후 첫 시즌이라 실전 감각도 없었고, 볼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했다. 1군에서는 조금만 못 던지면 바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하기 때문에 부담도 많았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달랐다. 일단 전지훈련부터 착실히 훈련을 소화하며 코칭스태프로부터 눈도장을 받았다. 시즌 초반 패전처리부터 시작해 등판하는 기회가 많아졌다. 패전처리가 마정길에게는 실전감각과 자신감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굳이 일찍 강판될 일이 없었고 차근차근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아직 승리계투조에는 포함되지 못했지만, 점차적으로 중요한 상황에서 나오는 일이 잦아졌다. 이상군 투수코치는 “(최)영필이가 선발진에 들어가고, (류)현진이도 엔트리에서 제외돼 불펜이 많이 약해졌다. (마)정길이가 해야 할 역할이 많다”고 말했다. 올 시즌 마정길은 17경기 모두 구원등판, 승패없이 1세이브 방어율 2.90 WHIP 1.00 피안타율 2할이라는 매우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물론 패전처리 또는 승패가 기울어진 경기에서 많이 등판해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승패가 기울어진 상황에서 눈에 불을 켜는 후보선수들이 많다는 것을 간과해선 안 된다. 마정길은 “지난해와 달리 훈련을 착실히 소화해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볼 스피드도 많이 붙었다. 이상군 코치님께서도 고질적인 문제라 할 수 있는 첫 타자에게 볼넷만 내주지 않으면 된다고 힘을 불어넣어 주신다”고 말했다. 최근 직구 구속은 최고 142km까지 올라왔다. 마정길은 “예전에는 143~144km가 최고였다. 오히려 볼끝은 예전보다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날이 더 더워지면 조금 더 올라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볼에 스피드가 붙으니 체인지업도 잘 먹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마정길은, 31이닝 동안 탈삼진을 24개나 잡아낼 정도로 좋은 구위를 자랑하고 있다. 이상군 투수코치는 “(마)정길이가 훈련을 많이 소화해 스피드도 붙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좋아졌다. 우리 팀에서는 사이드암이 귀해 희소가치가 있는 선수”라고 기대했다. 김인식 감독은 “위기 때 어이없는 보크로 점수를 준다”며 볼멘소리를 했지만 꾸준히 기회를 주며 기대를 표하고 있다. 늘 조용하면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하는 마정길이지만 얼마전에는 큰 웃음을 선사하며 오랜만에 존재감을 떨쳤다. 지난달 27일 사직 롯데전에서 구원등판한 4회말 마정길은 조성환과의 승부에서 2루로 견제구를 던지는 와중에 미끄러지며 넘어져 화제를 낳았다. 마정길은 “2루로 견제구를 던지려고 몸을 틀었는데 그만 뒷다리가 꼬여 넘어졌다. 그날 사직구장이 만원이었는데 표시는 안 했지만 속으로는 좀 많이 창피했다”며 웃었다. 김태균-추승우에 이어 또 ‘한화표 몸개그’ 제3탄이었다. 물론 이제는 마운드에서 실력으로 존재감을 떨칠 마정길이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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