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한화 ‘부동의 4번 타자’ 김태균(26)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대체 왜 그렇게 잘하는가?’ 김태균은 대답했다. “팀이 지면 개인성적도 의미가 없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야구를 한두해 하는 것도 아니고 팀 승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김태균은 쓴웃음을 지었지만 그런 김태균을 바라보는 장종훈 타격코치는 대견스럽다는 모습이었다. 막강 다이너마이트를 자랑하는 팀 타선의 수령이 돼 진정한 리더십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괴물 김태균 김태균은 올 시즌 그야말로 가공할만한 페이스를 자랑하고 있다. 44경기에서 149타수 50안타, 타율 3할3푼6리·15홈런·46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장타율도 리그 유일의 7할대(0.705)이고, 타율과 함께 출루율(0.428)도 팀 내에서 가장 높다. 장타율·출루율을 합한 OPS도 리그 전체 2위(1.132). 더욱 놀라운 것은 비율기록이 아니라 누적기록이다. 부상으로 무려 10경기에나 결장했지만 홈런·타점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득점권에서 41타수 18안타 11볼넷 4희생플라이로 강한 면모를 보인 덕분이다. 득점권 타율도 리그 전체 1위(0.439)에 올라있다. 사실 올 시즌 내내 김태균은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시즌 직전 갑작스런 오른쪽 옆구리 통증으로 개막 첫 6경기에 결장했고, 이후 왼쪽 새끼손가락 부상까지 겹치며 4경기를 더 결장해야했다. 김태균은 “부상으로 이렇게 고생하는 건 처음이다. 지금 몸 상태는 한마디로 최악”이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장종훈 타격코치도 “부상 때문에 고생하는 (김)태균으를 보면 안쓰럽다. 그래도 경기에 꼭 출장한다고 고집을 부리니 코치로서 정말 고맙다. 요즘 선수들은 알아서 자기관리를 한다고 적당히 빠지는데 (김)태균이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고마울 따름이다”고 말할 정도다. 장종훈 코치는 올 시즌 김태균의 대활약에 대해 “(김)태균이는 이미 기술적으로 완성된 선수다. 내가 지도해서라기보다는 스스로가 알아서 잘하는 것”이라며 자신에게 조명되는 스포트라이트를 ‘후계자이자 제자’ 김태균에게 돌렸다. 하지만 김태균은 “코치님과 많은 대화를 하면서 일단 심적으로 편해졌다. 특히 한 번쯤 슬럼프가 찾아올 때마다 딱딱 체크해주신다. 올해는 그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며 스승에서 제자로 넘어온 공을 다시 스승에게 돌렸다. 목마른 승리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팀 성적이다. 마운드가 무너져 5위까지 내려앉은 한화는 27승27패로 5할 승률선마저 위태로워졌다. 4위 삼성과도 승차가 2.0경기로 벌어졌다. 한화로서는 김태균이 빠진 10경기에서 2승8패로 극도의 부진을 보인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김태균은 “내가 빠져서라기보다 단지 팀이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김인식 감독조차 “김태균이가 빠진 게 컸다”고 말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대활약에도 불구하고 김태균의 표정이 어두운 것도 궁극적으로 팀 성적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팀 성적이 더 좋았다면 김태균에게는 보다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졌을 것이다. 김태균은 “팀이 이기기 위해서는 나 혼자만 잘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잘해야 팀이 이길 수 있다. 지난해에는 내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4번 타자 자리도 부담이 많았는데 올해는 그런 부담이 없다. 물론 나도 잘해야 하지만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가 힘을 모아야 팀이 이길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장종훈 코치는 “(김)태균이가 라인업에 없을 때 우리 팀이 느끼는 공백도 크지만 상대 팀에서도 쉽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김)태균이가 있고 없고에 따라 차이가 크다. (김)태균이는 우리 팀의 꼭 필요한 존재”라고 거듭 강조했다. 관건은 현재 페이스를 시즌 막판까지 이어갈 수 있느냐 여부다. 김태균은 “올해보다 지난해 페이스가 더 좋았다”고 자신의 활약상을 스스로 깎아내리며 자학했다. 김태균은 “부상 때문에 페이스 조절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장종훈 코치는 “야구선수에게 페이스 조절이라는 게 참 애매하다. 매일 경기를 해야 하는데 페이스 조절을 할 수 있겠나. 한 경기 한 경기를 해가면서 더 강해질 수 있다”며 김태균에게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후반기 극도의 부진을 보였지만, 사실 과거 김태균은 후반기에 강한 사나이였다. 어느덧 데뷔 8년차가 된 김태균은 이제 개인 활약보다 팀 승리가 목마르다. 아직 김태균은 우승의 맛이 무엇인지 모른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