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신풍속도 '땅콩 금지 구역'
OSEN 기자
발행 2008.06.03 03: 40

[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땅콩. 미국 야구 경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간식이다. 맥주와 핫도그, 그리고 크래커와 땅콩은 야구장의 명물이다. 야구장의 '국가'인 'Take me out to the ballgame'에는 '크래커와 땅콩을 사주세요'라는 가사가 들어 있다. 그런데 야구와 찰떡궁합인 땅콩을 추방하자는 운동이 미국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땅콩 껍질과 가루 때문에 청소가 힘들기 때문이 아니다. 땅콩에 경기를 일으키는 팬들을 배려하는 이유에서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오는 7월 22일(한국시간) '외야 관중석 일부 구간을 '땅콩 금지 구역(Peanut-Free Section)'으로 정한다고 발표했다. 죽어도 땅콩을 먹어야겠다는 사람은 이곳에 앉을 수 없다. 땅콩이라면 도망가는 팬들을 위한 좌석이다. 세인트루이스가 땅콩 금지 좌석을 운영하기로 한 배경은 '알레르기'과 관련 있다. 땅콩 껍질과 가루에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팬들에게 안심하고 경기를 지켜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복숭아, 사과 등 몇몇 과일과 마찬가지로 땅콩은 일부 사람들이 접할 경우 부작용이 나타난다. 피부에 두드러기가 일어나고 가슴이 답답해지며 호흡이 곤란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사람들은 야구장을 찾을 때면 항상 불안감에 떨어야 한다. 언제 날아올지 모르는 땅콩 부스러기에 곤욕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 땅콩 공포증이 있는 사람들은 야구 경기를 보고 싶어도 야구장 방문을 포기하기 일쑤다. 체질적으로 민감한 팬들을 위해 세인트루이스가 마련한 묘안이 땅콩 금지 구역이다. 일단 하루 운영에 그치지만 구단은 시험 운영이 성공적이라고 판단될 경우 상시적인 땅콩 금지 구역을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해 세인트루이스는 홈구장 부시스타디움에서 약 680kg의 땅콩을 팔았다. 하지만 구단은 땅콩 금지 구역으로 매출에 지장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어차피 땅콩을 먹을 팬들은 다른 좌석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땅콩 금지 좌석을 운영하는 구단은 세인트루이스까지 모두 3곳이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LA 다저스가 '모든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구역(all-you-can-eat section)'을 성공적으로 운영하자 올해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은 앞다퉈 이 제도를 따라했다. 일정액의 돈을 내고 음료와 간식을 양껏 먹을 수 있는 좌석에 땅콩을 피할 수 있는 구역까지. 좀 더 팬들을 야구장으로 유인하기 위한 메이저리그의 신풍속도다. workhorse@osen.co.kr 부시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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