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고려' 발언으로 본 박찬호의 변화
OSEN 기자
발행 2008.06.03 06: 16

[OSEN=탬파, 김형태 특파원] 박찬호(35.LA 다저스)는 지난 1일(한국시간) LA 지역신문 과의 인터뷰에서 "한때 은퇴를 고려했었지만 팬들의 간절한 재기 기원에 힘을 얻어 다시 메이저리그에 설 수 있었다"고 밝혔다. 박찬호가 야구를 그만둘 생각을 했다고 언론에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의욕적으로 뉴욕 메츠에 합류했으나 개막전 로스터에서 탈락한 박찬호는 암흑속을 헤맸다. 5월초 메이저리그에 호출돼 플로리다전에 나섰지만 3이닝 7실점한 뒤 다시 강등됐다. 한 달 더 뉴올리언스 제퍼스(메츠 산하 트리플A)에서 뛰었지만 앞이 보이지 않자 결국 자진 방출을 선택했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박찬호의 국내 복귀를 바라는 목소리가 커졌다. 몇몇 프로야구 감독들은 "이제는 한국에 와서 유종의 미를 거둘 때"라며 더 이상의 메이저리그 도전을 만류했다. 일부는 "지도자로 컴백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선수 생활을 마감할 때라는 뜻이었다. 메츠를 떠난 박찬호는 라운드락 익스프레스(휴스턴 산하 트리플A)에 합류했다. 그곳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오히려 나서는 경기 마다 난타를 당했다.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던 옛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마이너리거들을 잡아내기도 버거운 듯했다. '이젠 더 이상 안되나' 하는 안타까운 탄성이 팬들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이 시점에서 박찬호도 좌절을 했던 모양이다.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90마일대 강속구를 던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이때쯤 싹트기 시작했던 듯하다. 기약없는 마이너리거 생활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당시의 심경을 그는 지난해 9월 이태일 전 중앙일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말 컨디션이 좋고, 잘 던졌다고 생각하는 날 오히려 맞았다. 공이 좀 손끝에 채인다 싶으면 조금 더 해보고, 또 조금 더 해보고 싶은 것이 생겼다. 그러다 맞았다. 완전하지 못한 공이었다". 부진이 계속되던 어떤 날에는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것이 좋은 인간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135⅔이닝 6승14패 방어율 5.97로 트리플A 시즌을 마감한 박찬호는 에 게재된 시즌 결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올해 난 특별한 경험을 했다. 그것도 많이. 알 수 없는 미로 속에서 길을 잃었던 것도 같다. 그러나 그 미로 속에서 어떤 빛을 보았다. 그 빛은 분명 밖으로 나가는 출구가 있다는 뜻 아니겠나. 나는 그걸 보았다". 그리고 박찬호는 대표팀 합류를 위해 귀국했다. 베이징 올림픽 예선 참가를 위해 일찌감치 몸을 만들어 대표팀의 푸른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곧바로 다저스 입단 사실을 스스로 밝혔다. 보통 구단 발표가 있기 전까지 해당 선수는 침묵을 지키는 관례에 비춰보면 박찬호의 기쁨과 모종의 결심을 읽을 수 있었다. 플로리다 베로비치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해서 가진 < LA타임스 >와의 인터뷰에서는 "만약 메이저리그 복귀에 실패한다면 은퇴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다저스에서 마지막으로 도전하고, 안 되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뉘앙스로 비쳐졌다. 실제 캠프 초반 다저타운에서 만난 박찬호는 매우 결연한 표정으로 땡볕 훈련을 묵묵히 소화하고 있었다. "여러가지로 나라 사정이 안 좋은데 국민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다"는 말과 함께. 모든 것이 보장되지 않은 다저스행은 그러나 최상의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시범경기서 눈부신 성적을 올리자 다저스는 개막 1주일이 되기도 전에 박찬호를 메이저리그로 불러올렸다. 이후의 스토리는 모두가 알고 있다. 박찬호는 다저스 투수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33⅔이닝 2승1패1세이브 방어율 2.41로 다저스 불펜진의 든든한 한 축을 이루고 있다. 트리플A 시즌 막판 박찬호는 올해의 목표를 이렇게 밝혔다. "내년 제 목표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것보다 우선, 어느 곳에 있든 좋은 투수로 거듭나는 겁니다. 요즘은 나 자신을 믿는 연습을 해요. 생각하는 모든 것을 메모하고, 현실을 인정하고 그곳에서부터 나아지는 나를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하죠". '선발투수진이 부실한 다른 구단과 계약하지 왜 앞뒤 안보고 다저스에 입단했나'하는 의문은 이 말로써 풀린다. 박찬호가 타 구단 이적을 요구하지도, 중간계투직에 불만을 나타내지도 않는 이유를 여기에서 알 수 있다. 팬들의 성원과 막다른 선택을 한 박찬호의 굳은 의지, 운이 더해진 결과 박찬호는 다시 메이저리그에 섰다. 그리고 95마일 강속구를 힘차게 뿌리고 있다. workhorse@osen.co.kr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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