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시조인 유비는 세간에 '난세의 효웅(梟雄)'으로 알려져있다. 유비는 긴 시간 동안 다른 군주에 몸을 의탁하는 등 어려움을 겪다가 파촉(巴蜀)땅에 입성해 황제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안치용(29. LG 트윈스) 또한 오랜 시간 2군에 머무르다 7년 차가 된 올 시즌 '난세의 영웅'으로 떠올랐다. 안치용은 올시즌 31경기에 출장해 3할8푼 4홈런 28타점(2일 현재)을 기록하며 기존의 주포였던 박용택(29)의 부상 공백을 120% 이상 메워주고 있다. 그는 득점권 상황서도 4할3푼8리 1홈런 22타점으로 폭발하며 클러치 히터의 면모까지 갖췄다. 안치용은 신일고 시절 한국야구의 미래로 추앙받던 최고 유망주 출신이다. 파워배팅에 정교함까지 갖췄으며 외야수비와 송구 능력도 훌륭했다. 여기에 도루상을 차지할 정도로 빠른 발과 센스까지 갖춘, 야구에 필요한 '5요소'를 모두 갖춘 '5-Tool' 유망주였다. LG의 1차 우선 지명을 뒤로 한 채 연세대에 입학한 그는 지난 시즌까지 10년 간 정체된 성장세를 보여주며 야구 팬들의 커다란 아쉬움을 샀다. 혹자는 '대학 시절 3번 타자로 입학해 8번 타자로 졸업했다'라는 악평도 서슴지 않았다. 안치용은 지난 시즌까지 6시즌 동안 1군서 통산 105경기에 출장해 144타석에 그치는 등 2군 무대가 더 익숙한 모습으로 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듯 했다. 그러나 안치용의 올 시즌은 다르다. 타자의 파괴력에 득점의 기초가 되는 출루능력을 함께 보여주는 GPA(Gross Production Average)를 따져보면 안치용이 얼마나 좋은 타자인지를 알 수 있다. (출루율*1.8 +장타율)/4라는 공식에 안치용의 기록을 대입해 보면 그의 GPA는 3할6푼7리에 달한다. GPA가 보편화된 척도로 자리잡은 메이저리그서 3할 이상을 기록하면 수준급 타자로 평가받는다. 안치용의 기록은 올시즌 1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중 전체 4위에 해당하는 놀라운 수치다. 8개 구단 주전 3번 타자들 중 GPA 기록서 안치용을 앞선 타자는 3할7푼2리를 기록한 장성호(31. KIA 타이거즈) 1명에 불과하다. 3번 타석이 정교함과 파괴력이 모두 중요시 되는 자리임을 감안하면 안치용은 '100점짜리 3번 타자'와도 같다. 그는 프로 입문 7시즌 만에 자신의 감춰졌던 잠재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2군을 전전하며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던 안치용. 그가 올시즌 LG의 '효웅'으로 확실하게 자리잡을 수 있을 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chul@osen.co.kr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