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해 한화의 다이너마이트 타선은 후반기부터 졸지에 물에 젖은 불발탄이 되고 말았다. 김인식 감독은 “누가 다이너마이트라고 했나. 불발탄이 따로없다”며 자조섞인 한탄을 해야 했다. 하지만 그 한화 타선이 올해 확 달라졌다. 팀 타율은 최하위(0.257)은 최하위지만 팀 홈런에서 압도적인 1위(56개)를 달리고 있다. 팀 득점도 전체 2위(263점)다. 사실 선수구성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덕 클락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지난해 제이콥 크루즈도 만만치 않았다. 달라진 것은 따로 있었다. ‘영원한 홈런왕’ 장종훈(40) 타격코치의 1군 승격이 바로 그것이었다. 선수들이 무조건 믿는다 최근 한화 타자들은 약속이라도 한듯 돌아가며 장종훈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있다. 의례적인 멘트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요즘 선수들은 옳고 그름이 확실한 편이다. 그런 와중에 유독 장 코치의 이름이 많이 나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장 코치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를 선수들에게 돌려줄 것을 주문했다. 장 코치는 “선수들이 잘해주고 있을 뿐이다. 난 옆에서 선수들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 전부”라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하지만 선수들은 진심이었다. 영원한 홈런왕이자 연습생 신화의 주인공인 장 코치에게 지도받는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하는 선수들이 많다. 선수들이 전적으로 믿고 따르고 있는 것이다. 올해 한화에서 가장 잘 나가는 타자는 역시 클락과 김태균이다. 장 코치는 클락에 대해 “처음에는 이 정도로 할 줄 몰랐다. 반신반의했지만 클락만의 스타일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믿고 기다린 덕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균에 대해서도 “기술적으로 이미 완성된 선수다. 단지 부담을 떨치도록 옆에서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범호와 이영우도 지난해에 비해 훨씬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장 코치는 “내가 잘 가르친 것이 아니다. 원래 알아서 잘 하는 선수들 아닌가”라며 자세를 잔뜩 낮췄다. 현역 시절, 불후의 대기록들을 남긴 대스타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철저히 ‘초보’ 타격코치의 역할에만 충실하고 있다. 하지만 장 코치는 이미 잘 치고 있는 선수들만큼 앞으로 잘 칠 수 있는 선수들에게도 주목하고 있다. ‘텔미포’ 김태완은 장 코치의 실질적인 첫 작품이다. 김태완은 “장 코치님께서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을 주신다. 현역 때 노하우를 말씀해 주셔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송광민은 “장 코치님과 2년간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남들은 어떨지 몰라도 내가 볼 때에는 카리스마가 넘치신다. 딱 봐도 포스가 넘치시는 분이다. 존재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오승택도 “선수생활 마지막까지 열심히 하신 분이 장 코치님 아닌가. 그것만으로도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거들었다. 젊은 선수들에게 장 코치는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다. 선수들은 로봇이 아니다 기술적으로 한화 타자들은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부분이 없다. 김태완이 스윙을 간결하게 만드는 데 주력했고, 이범호가 어깨가 빨리 열리는 부분을 보완했다. 김태균은 크게 손을 대지 않았다. 김태균은 “장 코치님께서는 특별히 뜯어고치시는 타입이 아니다. 장점을 살리고 부담을 떨치도록 도와주신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장 코치와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송광민도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해주시는 타입”이라고 정의했다. 송광민과 마찬가지로 장 코치와 2군에서 보낸 시간이 많은 오승택도 “선수들 장점을 많이 살려주신다”며 선수들의 개성을 무너뜨리지 않고 살린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2군뿐만 아니라 1군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장 코치는 선수 개개인 개성을 존중하고 살리는 이유에 대해 “선수들은 로봇이 아니다”고 답했다. 장 코치는 “야구도 그렇지만 타격에도 정답이 없다”고 덧붙였다. 장 코치는 “어퍼스윙으로 3할을 치면 3할 타자가 되는 것이다. 각자 스타일이 있고 그것을 살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장 코치는 “프로무대까지 진출한 선수들이라면 일단 기본적으로 재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선수들이 갑자기 폼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물론 장 코치만의 타격 이론이 없는 건 아니다. “무조건 장타를 노리는 스윙으로 일관하면 안 된다. 홈런도 방망이에 정확히 맞아야 가능하다”는 것이 장 코치의 말이다. 김태균은 “올해에는 의식적으로 홈런을 노리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 홈런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부담도 많았었다. 하지만 가볍게 안타를 친다는 생각으로 방망이를 휘두르다 보니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펀치력이 좋기로 소문난 송광민도 “일단 정확한 타이밍에서 정확하게 방망이에 맞히시는 것을 장 코치님께서 강조하신다. 힘이 좋으니깐 정확하게 맞히기만 하면 장타가 나올 것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로 그렇게 됐다”고 밝혔다. 시즌 초반 반짝하다 그칠 것 같았던 추승우가 다시 살아난 것도 장 코치와 상의해서 타격폼에 미세한 변화를 준 것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추승우는 “장 코치님과 변화구 대처에 대해 상의한 덕”이라고 활짝 웃었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코치 장 코치는 “(김)태균이가 정말 좋은 것이 뭐냐면 바로 슬럼프가 짧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김태균은 “장 코치님께서 한번쯤 슬럼프가 찾아올 때마다 딱딱 체크를 해주시고 조언도 해주신다. 이게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코치는 선수에게, 선수는 코치에게 공을 돌리기에 바빴다. 또한, 좋은 타격재능에도 불구하고 수비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주눅이 든 송광민에게 장 코치는 “수비 실책으로 기죽을 필요까지 없다. 나도 유격수 출신이지만 (송)광민이 수비와 비교하면 일찍 쫓겨나야 했다”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송광민도 “장 코치님께서 힘을 불어 넣어주신다”며 감사하게 생각했다. 이희근도 “코치님께서 난 포수인 만큼 수비만 잘하면 된다고 부담을 많이 덜어주시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이범호 역시 “코치님과 많은 대화로 심적인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장 코치는 특히 선수들에게 노력하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장 코치는 “요즘 선수들이 예전 선배들보다 몸도 많이 커지고, 하드웨어도 훨씬 더 좋아졌다. 그런데 정신적으로나 노력하는 자세들이 예전 선배들보다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목표를 하나 정해놓고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자세의 선수들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코치는 그래서 김태균·이범호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김태균은 부상에도 불구하고 연일 경기 출장을 강행하며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자세, 이범호는 지칠 만도 하지만 결코 스스로 교체를 요청하지 않고 현역최다 614경기째 연속출장하는 꾸준한 자세를 높이 사고 있다. 그러면서도 장 코치는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 전경기에 출장하면서 성적도 좋아야 하는 선수들”이라며 달리는 말에 채찍질도 가하고 있다. 하지만 장 코치는 그 누구보다 선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 장 코치는 “내가 한 것은 별로 없다.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이다.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웃어보였다. 장 코치는 중요할 때마다 한 방씩 꼭 쳐주는 타자들의 집중력에 대해서도 “그런 건 코치들이 주문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선수들의 힘”이라고 답했다. 장 코치는 비록 팀 타율 최하위지만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타율은 떨어져도 팀 득점은 많다. 선수들을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화는 장 코치가 현역으로 활약한 1992년을 끝으로 무려 15년간 홈런왕을 배출하지 못했다. 장 코치는 “올해 한화에서 홈런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속내도 드러냈다. 현역 시절 ‘원조’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끈 장종훈 타격코치는 지도자가 된 후에도 다이너마이트 타선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어있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