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객원기자] 지난주 청주구장에서 열린 한화와 LG의 주말 3연전은 홈런 폭죽쇼가 펼쳐졌다. 사흘간 LG가 6개, 한화가 5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리며 도합 11홈런을 합작했다. 올 시즌 청주구장에서 벌어진 6경기에서는 15발의 홈런포가 터졌다. 청주구장은 전국에서 규모가 가장 작은 구장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개보수했지만 여전히 홈플레이트에서 중앙까지 펜스 거리는 110m밖에 되지 않는다. 당초 115m로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백네트를 뒤로 더 민 것으로 확인됐다. 올 시즌 한화는 청주구장에서 6경기를 치르며 총 9개 홈런을 터뜨렸다. 경기당 평균 1.5개씩 홈런을 생산했다. 또한 본거지인 대전구장에서는 23경기에서 총 28홈런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1.22개. 8개 구단 중 경기당 평균 홈구장 홈런이 가장 많은 팀이 바로 한화다. 대전구장도 중앙 펜스 거리가 114m로 청주구장 다음으로 짧다. 때문에 올해 한화의 홈런포 폭발이 ‘구장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올해뿐만 아니라 거의 매년 제기되고 또 반복되는 일상 아닌 일상이다. 한화는 올 시즌 총 56홈런으로 이 부문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다. 이 가운데 대전·청주구장에서 37홈런을 때렸다. 전체 홈런의 67.1%로 꽤 높은 편이다. 하지만 한화는 홈경기(29)가 원정경기(25)보다 5경기나 더 많이 치렀다. 홈구장 홈런이 조금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한화는 사직구장(1.00개)·광주구장(2.00개)에서 경기당 평균 홈런이 가장 많다. 국내에서 규모가 가장 큰 잠실구장에서도 롯데(1.17개)·SK(0.83개) 다음으로 많은 경기당 평균 0.67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딱히 구장을 가려서 치는 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한화는 평균 홈런 비거리가 116.1m로 LG(116.3m)에 이어 두 번째로 길다. 홈런 비거리는 구장효과에 논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근거자료가 된다. 한화는 LG보다 홈런 비거리가 평균 0.2m 짧지만 대신 LG보다 25개나 더 많은 홈런을 뽑아냈다. 특히 이범호는 평균 홈런 비거리가 118.9m로 홈런랭킹 10걸 중 가장 길다. 이범호는 올 시즌 홈런 9개 가운데 8개를 대전·청주구장에서 기록했지만 홈런 비거리로 따질 때에는 잠실구장에서만 7홈런을 기록한 두산 김동주(117.7m)보다도 근소하게 길다. 비거리만 놓고 볼 때 구장효과는 결코 성립되지 않는 부등호가 된다. 한화 4번 타자 김태균은 “구장효과에 대한 얘기를 워낙 많이 들었다. 작은 구장에서 경기를 하면 짧은 타구가 홈런이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얼마 되지 않는다. 웬만한 홈런은 어디에서든 홈런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태균은 “자꾸 구장효과에 대한 말이 나오면 그건 곧 장종훈 코치님을 흠집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장 코치님은 한국야구의 전설이지 않은가”라고 항변했다. 현역 시절 빙그레-한화에서 활약하며 대전을 본거지로 삼은 장 코치는 개인 통산 340홈런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삼성 양준혁이 6개 차이로 근접했지만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장종훈 코치는 “홈런은 굉장히 힘든 기술이다. 안타는 빗맞아도 나올 수 있지만 홈런은 거의 다 정확하게 맞아야 가능하다. 정확하게 방망이에 맞아도 힘이 없거나 멀리 칠 수 없으면 홈런은 나올 수 없다”며 홈런에는 결코 재수나 운이 없음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한화 투수들은 구장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프로야구 사상 첫 20년차이자 최고령 선수로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작은 구장을 홈으로 쓰고 있는 송진우는 “마운드가 낮거나 구장이 작다고 해도 결국 같은 조건이다. 프로선수라면 구장 조건을 가리지 않고 알아서 잘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 투수들은 대전·청주구장에서 타자들이 홈런 37개를 폭발시키는 동안 피홈런을 20개밖에 맞지 않았다. 한화 홈런포에는 이렇다 할 구장효과가 없다. . . . . .
